[게임 코리아] 1부 : (2) '시급한 인프라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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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불모지 한국이 세계시장에서 온라인게임 하나로 게임강국으로 주목받는데 걸린 시간은 불과 4년 남짓.
이처럼 초고속 성장세를 보인만큼 풀어나가야할 과제가 하나 둘이 아니다.
수출에 자신감을 갖기 시작한 업계는 자유로운 창작 활동에 제동을 거는 규제를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그보단 전문인력과 핵심기술 등 인프라를 확보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게임개발 핵심기술은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 크게 못미친다.
게임 관련 인력을 육성할 교육기관의 양적 팽창은 이뤄졌다.
그러나 게임개발 현장에 즉시 투입할 수 있는 인재는 제대로 길러내지 못하고 있다.
아직 강력한 '성장의 엔진'을 갖지 못한 셈이다.
선진국의 게임전문가들은 자칫하다간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중국의 위협을 받게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 핵심기술이 열쇠다
국내 게임개발자들에게 끊임없이 던져지는 화두는 '핵심기술'이다.
세계 온라인게임 시장을 평정한 한국산 게임의 힘은 게임 개발력을 가늠하는 게임성에 있지 않다.
그보단 서버운영이라는 게임 외적인 요소에서 나왔다.
그런만큼 게임 자체의 경쟁력은 취약할 수 밖에 없다.
세계적 게임개발사인 미국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의 수석개발자였던 제이씨엔터테인먼트의 이장욱 이사는 "한국 온라인게임의 기술력은 기대 이하"라고 혹평한다.
눈앞의 이익에만 매달려 정작 핵심기술이라고 할 게임엔진 개발은 뒷전이라는 것이다.
그는 "일본 미국의 전문가들은 이 상태로 가다간 2년내 중국마저도 한국을 추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고 전했다.
물론 게임개발 능력이 뛰어난 선진국의 유명 개발사들조차 한국의 서버운영 노하우는 쉽사리 따라잡지는 못할 것이라는 자신감을 보이는 견해도 있다.(양재헌 이매직 사장)
그러나 핵심기술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한국이 세계 온라인게임산업의 헤게모니를 쥐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더구나 소니, 마이크로소프트,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 세가 등 세계적 게임업체들이 온라인게임에 속속 뛰어들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그런데도 국내 게임업계는 핵심기술 개발엔 뒷전이다.
3차원 게임엔진 개발을 놓고 정부부처간 불협화음을 보이는가 하면 범용성있는 엔진개발에 나서는 개발사도 없다.
정무식 한국게임개발자협회장은 "국내에서 게임기용 콘텐츠인 콘솔게임 개발이 지지부진한 것은 원천기술이 빈약한 현실이 반영된 것"이라며 "정부와 업계가 힘을 모아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연구센터 설립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IMC게임즈의 김학규 프로듀서는 "게임개발자들끼리 신기술이나 아이디어를 공유할 수 있는 장이 활성화되지 않고서는 핵심기술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정부와 관련기업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 인력양성 시급하다
게임개발 교육을 받은 인력은 해마다 수천명이 쏟아져 나온다.
스타크래프트,리니지 등의 게임이 인기를 끈 지난 99년부터 게임개발인력을 양성하는 교육기관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게임학과를 개설한 4년제 대학만도 13개다.
대학원도 8개나 된다.
사설교육기관까지 합하면 게임교육기관은 80여개에 이른다.
그러나 이렇게 양성된 인력에 대한 게임개발사들의 평가는 싸늘하다.
실무교육이 제대로 뒷받침되지 않아 곧바로 실무에 투입할 수 있는 인재를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넥슨의 정상원 이사는 "사내에서 게임 디자이너나 기획자를 양성하는데는 3∼4년이 걸린다"며 "실무교육이 취약한 현행 교육체제로는 게임창작능력과 실전경험을 두루 갖춘 전문가를 육성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산학협력을 현실적인 대안으로 제시한다.
한국게임산업개발원 게임아카데미의 이기욱 교수는 "교육기관은 게임이론 등 기본기를 다지는 역할을 맡고 업계는 실무교육을 지원하는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턴제를 활성화해 학생들이 개발사에서 실무경험을 쌓는 기회를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상명대의 황민철 교수는 "인턴제 등 산학협력 모델을 도입한 개발사에는 세제혜택 등 실질적인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