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위안화 페그제 주장의 오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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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여년간 중국 경제가 고도성장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안정된 환율체제가 뒷받침했기 때문이다.
위안화를 달러화에 고정시켜 놓은 페그제는 중국이 1997년 말 아시아 금융위기를 모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도 했다.
그 덕분에 중국의 위안화 페그제는 한때 개발도상국가들이 추구해야 할 환율 시스템으로 높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2년간 국제 외환시장의 분위기는 완전히 바뀌었다.
미국 달러 가치가 급락하면서 중국 위안화의 가치도 동반 하락,국제사회에서 페그제에 대한 강한 비판이 일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 달러 가치는 지난 2년간 유로화에 대해서는 40%,일본 엔화에는 25%나 떨어졌다.
달러화에 고정돼 움직이는 위안화 가치도 당연히 동반 하락했다.
세계 각국 정부는 중국이 페그제를 이용해 인위적으로 환율을 조작,자국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페그제에 대한 평가가 과거와는 완전하게 다른 방향으로 내려지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국제여론에 대해 지금까지 중국의 정책 당국자들은 현재의 환율 시스템이 중국은 물론 세계경제에도 이익이 된다는 논리로 맞대응해 왔다.
만약 페그제를 유지하지 못한다면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며,수출기업들의 경쟁력 저하로 금융시장의 불안이 가중될 것이라는 분석도 제시했다.
그러나 이런 주장들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매우 잘못된 것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지난 1년간 중국의 소비자물가는 정책 당국자들의 우려와는 반대로 계속 상승했던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또 위안화 가치가 평가절상되면 수입 원자재값도 싸지기 때문에,수출상품의 가격경쟁력이 타격을 입는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게 분명해 보인다.
원자재 가격 하락은 수출상품의 가격 인하를 의미한다.
현 상황에서는 위안화 평가절상을 예상한 국제 투기자본의 중국 유입이 더 큰 문제라는 것을 정책 당국자들은 명심해야 한다.
국제 투기자본이 부동산 등 자산가격에 왜곡 현상을 일으키고 있으며,차라리 환율체제를 유연하게 만들어야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에도 귀를 기울이라고 조언하고 싶다.
그나마 중국의 정책 당국자들이 "장기적으로는 변동환율제 채택의 필요성을 깊이 인식한다"고 밝히고 있는 점은 다행이다.
시장의 관심도 중국 정부가 환율제도를 언제쯤 변경할 것이며,어떠한 방법으로 외환시장 시스템을 개혁할 것이냐에 집중돼 있다.
중국이 주요국 통화에 대해 위안화를 고정시키는 복수통화 바스켓 제도를 도입할 것인지,아니면 환율의 변동폭을 대폭 확대하는 방법을 쓸지는 아직 미지수다.
가장 좋은 방법은 두 가지를 한꺼번에 실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외환 전문가들의 공통된 주장처럼 위안화 가치를 15∼20% 평가절상하는 동시에 복수통화 바스켓 시스템을 도입하는 게 바람직하다.
핫머니의 급격한 유출입에 대비하고,보다 자유롭게 재정·통화정책을 펼칠 수 있도록 시장환경을 만들려면 이 같은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특히 복수통화 바스켓 시스템은 장기적으로 시장 변동환율제로 발전해 나가기 위한 전 단계로 활용될 수 있다.
이와 동시에 환율의 변동폭을 매년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가면,수년내 실시될 시장 변동환율제가 가져올 경제적 파장을 최소화할 수 있다.
정리=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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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대만 국립 정치대학의 퉁천위안 교수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Revalue the Yuan'이란 글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