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없는 영화" 시대가 오고 있다. 디지털 영화제작방식이 얼마전 도입된데 이어 올들어 주요 멀티플렉스들이 디지털 영사시스템을 잇따라 설치하고 있다. 이에따라 국내에서도 영화를 디지털로 제작 배급 상영할 수 있는 일관체제가 갖춰졌다. 서울 신촌에 있는 멀티플렉스 아트레온은 지난 1월 국내 처음으로 일본 NEC사의 DLP(Digital Light Processing)시스템을 도입,애니매이션 "브라더베어"를 상영했다. CJ-CGV는 지난달 상암점 1개관에 미국 크리스티사의 DLP시스템(디지털 서버와 프로젝터)을 설치해 지난 12일부터 코미디 '어깨동무'를 디지털 방식으로 상영하고 있다. 메가박스도 지난달 크리스티사의 영사시스템을 도입했고 롯데시네마는 디지털 영사시스템 테스트작업을 진행 중이다. 디지털 영사시스템은 스크린에 필름을 영사하는 게 아니라 프로젝터를 통해 디지털 신호를 재생하는 상영방식으로 영화필름과 달리 수천 번을 상영해도 화질의 손상이 없어 선명한 화면을 보여줄 수 있다. 디지털 배급망이 갖춰질 경우 배급사가 원본을 필름으로 복사해 전달하지 않고도 위성과 컴퓨터를 통해 전세계 극장에서 동시 개봉을 할 수 있다. 영화사측으로선 필름 복사(편당 2백만원)에 소요되는 배급비용을 줄일 수 있으며 콘텐츠의 유통을 통제함으로써 해적행위까지 막을 수 있다. 미국에서는 '매트릭스 리로디드' 등 8개 영화가 디지털 방식으로 제작됐고 1백7개 영화가 디지털 방식으로 배급됐다. 디지털 영사시스템을 갖춘 극장은 지난해 말 현재 전세계 1백60개관으로 추산된다. 디지털 영사시스템의 도입에 가장 큰 걸림돌은 비용 문제다. CJ-CGV가 도입한 디지털 영사시스템의 가격은 3억원으로 프로젝터와 서버 제작사인 미국 텍사스인스트루먼트와 크리스티가 기자재 판촉을 위해 비용의 3분의 2를 부담했다. 디지털 상영시스템이 완비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영화를 디지털로 제작할 경우 일반극장에서 상영하려면 디지털 콘텐츠를 다시 필름으로 옮겨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CJ-CGV의 옥경원 실장은 "3~4년쯤 후에는 디지털 방식의 영화 제작과 상영이 국내에서도 본격화될 것"이라며 "디지털 영화 기자재를 표준화하고 가격을 내리는 것이 과제"라고 말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