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돼지 도축장을 가동하지 않는 게 낫습니다." 돈육 가공업체 임원의 말이다. 그는 "1년새 돼지 가격이 50%나 치솟는 바람에 양돈농가들은 좋아할지 모르지만 돈육 가공업체들은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고 얘기했다. 돼지고기 가격은 돼지콜레라에 이어 광우병과 조류독감이 터지면서 작년 말부터 급등했다. 18일 돈지육(뼈를 발라내지 않은 돼지고기) 도매가격은 1kg에 3천4백57원. 조류독감이 발생한 지난해 12월 중순에 비해선 36%,지난해 3월 중순에 비해선 51% 올랐다. 이에 따라 돼지고기 신선육 업체들과 햄 소시지 등을 만드는 돈육 가공업체들은 심각한 원가 상승 압박을 받고 있다. 그렇다고 제품 가격을 올릴 수도 없는 노릇. 불황기에 값을 올렸다가 소비가 심하게 위축되면 이로울 게 없다. 특히 햄 소시지 업체들의 채산성이 악화됐다. 원가의 절반을 차지하는 돼지고기 가격이 급등했는데도 제품 가격은 올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홍진표 롯데햄 기획과장은 "지난 1,2월에는 매출의 10%가 적자였다"며 "그런데도 거래처를 생각해 물량을 줄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사정은 더 나쁘다. 비축물량도 자금도 떨어져가고 있다. 유호식 대경햄 사장은 "팔면 팔수록 적자니 이대로 두세 달 가면 작은 업체들은 다 무너진다"며 "중소기업이 대기업보다 먼저 가격을 올릴 순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돼지고기 가공업체들은 돼지 한 마리 도축할 때마다 2만∼5만원씩 손해를 보는 실정이다. 대상 하이포크 관계자는 "원가 상승분의 절반밖에 납품가에 반영하지 못했다"면서 "재고도 바닥"이라고 설명했다. 회원 양돈농가들의 돼지를 가공하는 논산축협의 경우 최근 도축량을 40% 줄였다. 민간 도축업체들이 작업량을 줄임에 따라 회원 농가들의 도축 의뢰는 늘고 있지만 돼지를 잡으면 잡을수록 적자만 커지니 어쩔 수 없다는 게 논산축협측 얘기다. 돼지 산지가격은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1월 중순 양돈농가에서 '호황' 가늠선으로 여기는 20만원선을 넘어섰고 최근엔 23만원을 오르내리고 있다. 안형우 목우촌 차장은 "봄철은 돼지고기 성수기라서 7월까지는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주희 기자 y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