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하려고 점포를 물색하다 보면 '권리금'이란 복병을 만나게 된다. 권리금은 점포를 넘겨받는 사업자가 기존 사업자에게 주는 일종의 보상금.대체로 임대비를 훨씬 웃돌 뿐만 아니라 창업비용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권리금은 다분히 임의적이고 가변적이다. 그야말로 '엿장수 맘대로' 매겨진다. 법적 근거도 없고 마땅한 보호장치도 없다. 더구나 요즘에는 상권 변화가 심해 권리금의 등락을 예측하기도 쉽지 않다. 이에 따라 각종 피해가 생겨나고 있다. 신축 건물인 데도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바닥권리금'이란 걸 요구하는 사례도 많다. 수원에서 음식점을 경영했던 김모씨(32).가게를 얻을 때 임차인에게 권리금으로 3천만원을 줬다. 1년 후인 지난해 옆에 할인점이 들어서는 바람에 사업을 접어야 했다. 그런데 가게를 넘기려고 보니 권리금이 없어져 결국 3천만원을 포기해야 했다. 2002년 말 서울 상계동에서 찜닭집을 차린 유모씨(38)는 정반대 케이스.개인적으로 사정이 생겨 개업 1년 만에 점포를 넘겼는데 그 사이 권리금이 1억원에서 2억원으로 뛰어 1억원의 불로소득(?)을 챙겼다. 반면 유씨의 점포를 인수한 사람은 찜닭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권리금이 바닥으로 추락해 마음고생을 하고 있다. 대조되는 두 사례는 결국엔 선의의 피해자를 낳게 되는 권리금의 속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래서 창업시장에서는 권리금에 대해 '폭탄 돌리기'라고 얘기한다. 창업 전문가들은 통상 적정 권리금을 점포의 1년 매상 정도로 책정한다. 하지만 매상은 주인 말고는 아무도 모른다. 점포 권리금은 오랜 상거래에서 생겨난 일종의 관행이어서 법과 제도의 영역으로 끌어내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창업의 가장 큰 변수랄 수 있는 권리금이 산출 기준은 고사하고 개념조차 변질되고 있는 것은 문제다. 취업난 조기 퇴직 등으로 창업을 모색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창업은 일자리 창출의 주요 수단으로 부상했다. 점포 권리금은 더 이상 개인 문제가 아니다. 권리금에 대한 객관적 기준과 보호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말에 귀기울일 때다. 산업부 생활경제팀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