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큰 일이 있을 때마다 뉴욕의 금융중심지인 월가의 반응을 알아보지만 실망하는 경우가 많다. 월가에서 한국 전문가로 통하는 투자자나 분석가들이 한국 사정을 꿰뚫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한마디 한마디를 경청할 만한 가치는 있다.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의 한국 국가신용등급 담당인 톰 번 국장이 "노무현 대통령 탄핵이 신용등급에 단기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한 것도 탄핵의 충격을 우려했던 한국 투자자들에겐 위안이 됐다. 그러나 월가 전문가들은 중요한 판단의 많은 부분을 한국 국민들이나 투자자들의 반응에 기초를 두고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 한국내의 반응에 따라 그들의 시각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중요한 사태가 발생했을 때 더 중요한 것은 국민들이나 투자자들의 태도라는 것이다. 탄핵 이후 만난 삼성증권 뉴욕 현지법인에서 한국투자 영업을 맡고 있는 파크 섀논 상무도 "헌법재판소의 결정이나 한국투자자들의 반응을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월가가 탄핵의 파급효과를 어떻게 평가하는지는 한국 정부와 국민들의 대응에 달렸다는 얘기다. 그외에 뭔가 색다르고 그럴 듯한 견해는 별로 없었다. 탄핵안 통과 직후 한국정부 채권의 위험도가 일시적으로 높아졌다가 곧바로 안정됐다. 상승폭도 작년 3월 북한 핵문제와 SK글로벌 사태가 동시에 터졌을 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적었다. 탄핵이 헌재에서 가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탓이기도 했지만 한국 경제의 내부 역량이 그만큼 강해졌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헌재 경제부총리가 외국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뉴욕 런던 홍콩 등을 방문,투자설명회를 할 계획이라는 미확인 보도가 있었다. 경제부총리의 설명이 투자자들에게 한국 경제에 대한 믿음을 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경제팀이 차분하게 정책을 추진하고 투자자들은 과민반응하지 않는 '내부의 전열 정비'가 '구차한 여러 말'보다 더 중요할 것 같다. 우리가 월가를 바라보고 있을 때 그들은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는지 관찰하고 있었다. 뉴욕=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