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高 묵인' 美ㆍ日 합의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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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가치가 달러화에 대해 4일연속 급등,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8일 엔화는 장중 한때 달러당 1백6.73엔까지 급등, 연중 최저였던 지난 5일(1백12.04엔)에 비해 2주 만에 모두 5엔 이상 올랐다.
그럼에도 일본정부로부터 "엔화 매각,달러매입" 주문이 나오지 않자 '시장개입 후퇴론'이 제기됐다.
'미스터 엔'으로 불리는 미조구치 젬베이 재무부 재무관이 지난해 1월 취임한 후 30조엔의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주도해온 일본의 외환정책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바클레이즈은행 도쿄지점의 나시모토 다다히코 외환전문가는 "최근 미국과 일본 정책담당자들의 태도에 비춰볼 때 환율과 관련, 양국간에 모종의 합의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외환시장 개입,국내외 비판여론 거세다=일본 정부가 올 들어 10조엔을 동원,엔고 저지를 위한 시장개입에 나선 것에 대해 국내외의 비판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본의 과도한 시장개입으로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요인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UBS증권의 시라카와 히로미치 수석 투자전략가는 "지난해부터 30조엔에 달하는 시장개입이 엔·달러 환율과 미 국채가격을 왜곡, 금융시장을 동요시키는 뇌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본내 비판도 거세다.
금융권은 지난해 이후 지속된 시장개입 결과 자금조달에 활용되는 '외국환 자금 특별회계'의 건전성이 손상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달러가 약세로 급반전될 경우 엔화를 팔고 사들인 미 채권 등 달러표시 채권의 평가손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집권 여당인 자민당 내에서도 불만이 커지고 있다.
고이즈미 도시아키 의원은 "국내총생산(GDP)의 10%인 50조엔의 수출을 지키기 위해 30조엔을 투입하는 것은 난센스"라고 주장했다.
수출업계도 과도한 시장개입에 반대입장이다.
중국 등의 저가 수출공세에 대응,수출품목을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바꾼데다 달러표시 결제를 줄였기 때문에 엔고가 돼도 별 충격이 없다는 설명이다.
미국의 존 스노 재무장관이나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도 "일 정부가 지금처럼 시장개입을 계속 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하는 등 국제사회 여론도 곱지 않은 상태다.
◆일 정부 시장개입 줄어들 듯=결국 일 정부가 시장개입을 완전 포기하지는 못하더라도 개입 규모를 줄일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날 엔화가 급등한 것은 미조구치 재무관의 발언이 큰 영향을 미쳤다.
미조구치 재무관은 이날 오전 "엔화 가치가 심하게 변동할 경우 지금처럼 개입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원론을 되풀이했지만,그 톤은 약화됐다.
도쿄=최인한 특파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