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油價 폭등] 高유가, 세계경제 회복 '급브레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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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국제유가가 세계경제 회복의 최대 복병으로 떠오르고 있다.
철강 알루미늄 구리 등 여타 원자재와 함께 동반 급등세를 타고 있는 국제유가가 테러 불안과 어우러져 경제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전문가들은 고유가가 '기업 비용부담 가중-물가 상승-소비 위축-경기회복 둔화'의 악순환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존 스노 미국 재무장관이 18일 유가 폭등후 "고유가는 바로 기업세금"이라고 지적한 것도 이런 분위기의 반영이다.
◆ 유가 40달러시대 오나
유가 급등은 수급 불안, 달러 하락, 투기 세력, 테러 불안 등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결과다.
수급 불안을 야기한 최대 주범은 석유수출국기구(OPEC)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라크전쟁이 마무리되면 OPEC의 결집력 약화로, 원유 생산량이 크게 늘어나고 결과적으로 유가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상황은 정반대다.
OPEC은 지난 1년간 하루 총 4백50만배럴을 감산하며 여전히 국제 원유시장을 좌지우지했다.
특히 지난달에는 예상을 깨고 오는 4월부터 하루 2백50만배럴 감산을 결정, 수급 불안감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세계경기 회복으로 석유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것도 유가 상승의 배경이다.
지난 1년 동안 유로화 대비 달러가치가 20% 가까이 급락, 달러의 구매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 역시 유가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배럴당 40달러에 육박하고 있는 국제유가중 10달러 정도는 수급 요인보다는 달러 약세와 투기세력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요소들을 감안할 때 조만간 유가가 배럴당 40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다.
하지만 '유가 40달러 시대'가 온다 해도 그 기간은 매우 짧을 것이라는게 중론이다.
2분기부터는 수급 불안이 해소되면서 국제유가 상승세도 꺾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전망의 근거는 무엇보다 국제 원유시장의 와일드카드인 이라크의 원유 생산 및 수출이 최근 들어 빠르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라크는 현재 하루 2백50만배럴의 원유를 생산, 전쟁 이전 수준에 근접했으며 이 중 1백70만배럴 정도를 수출하고 있다.
비(非)OPEC 국가들이 점유율 확대를 위해 산유량을 확대할 것이라는 시각도 강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러시아가 올해중 하루 60만배럴 이상을 증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달러 약세가 주춤해지고 있는 것도 유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 세계경제 회복의 걸림돌
유가 급등은 세계경제 회복세에 브레이크를 걸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고유가로 기업들의 생산비용이 높아지면서 물가 상승을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인플레 압력이 높아지면 세계경제의 회복세를 뒷받침해온 '저금리 기조' 역시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또 기업들이 비용 증가 상쇄를 위해 감원 카드를 쓸 경우, 아직 살아나지 못하고 있는 고용시장의 한파가 좀 더 장기화될 수 있다.
소비심리도 움츠러들 여지가 크다.
소비 대국인 미국의 경우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오르면 연간소비가 7백억달러 정도 감소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전문가들은 세계경제의 성장폭도 0.5%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석유를 1백%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유가 10달러 상승시 연간 수입이 60억달러 늘어나게 된다.
유가 급등으로 철강 알루미늄 구리 등 여타 원자재 가격의 상승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