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기업들의 임금인상 가이드라인을 놓고 경영계와 노동계가 벌써부터 충돌 양상을 보이고 있어 보통 우려되는게 아니다. 경총이 대기업 임금동결 지침을 내놓자 이미 10%대의 고율 임금인상을 요구했던 한국노총과 민노총이 '총파업'을 경고하고 나서는 등 심상치 않은 춘투(春鬪)기류가 예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겨우 한달 전 어렵게 성사시킨 노사정 '일자리 만들기'사회협약의 정신이 무색해질 지경이다. 물론 경총의 임금동결 제안이나 노동계의 고율 임금인상 요구 모두 나름의 근거를 갖고 있는 것은 틀림없을 것이다. 그러나 올해의 경우 이들의 요구수준 격차가 너무 커 극심한 대립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현재의 기업여건은 노동계의 요구를 받아들이기엔 너무나 열악하다. 기업들은 끝이 보이지 않는 장기불황에다 원자재 대란이 겹쳐 최악의 위기상황에 몰려 있다. 여기에 탄핵정국으로 인한 불확실성까지 증대돼 투자심리가 극도로 위축돼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과도한 임금인상은 국가 경제적 최우선 과제인 일자리 만들기와 청년실업 해소에 전혀 도움이 안된다. 전체 실업자 90만명,청년실업률 9.1%에 대졸 실업자가 2월 한달새 8만명이나 늘어났다는 통계청 발표는 실업문제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드러내준다. 노사정이 임금안정을 통해 일자리 창출에 함께 노력키로 합의했던 것도 바로 이로 인한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것임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경영계와 노동계가 임금인상을 놓고 대립과 갈등 상태를 계속 이어간다면 일자리 만들기는 기대하기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 실업률이 높아지고 청년실업이 늘어나는 중요한 이유중 하나가 대기업 노조의 과도한 임금인상에 있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대기업 노조가 강경투쟁을 통해 높은 임금인상을 반복해온 탓에 기업들은 그 부담을 덜기 위해 신규인력채용을 최대한 줄이고 기존의 인력도 가급적 축소해 온 것이다. 그런 점에서 임금안정은 일자리 만들기의 첫 단추임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노사 모두가 제몫을 줄이는 양보와 기업들의 투자확대가 선행되지 않는 한 일자리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 지난해 네덜란드 노사가 임금동결에 전격 합의함으로써 5만개에 이르는 새 일자리를 만들어 내고,사상 최고의 순익을 낸 일본의 도요타자동차가 고용안정과 투자확대를 위해 2년째 임금을 동결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