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또는 동물의 태반에 약효가 있다는 속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전해져 내려왔다. 서양에서는 히포크라테스가 태반을 약으로 썼다는 기록이 있고, 중국의 한의학 고전인 본초강목과 본초습유에도 태반은 '인포(人包)', '자하거(紫河車)' 등으로 불리며 약제로 취급됐다고 전해진다. 허준의 동의보감에도 이러한 기록들이 있다. 임신 중 모체의 자궁 내에 임시로 생기는 장기를 일컫는 태반은 태아를 성숙시키기 위해 필요한 필수 영양소가 들어 있으며, 분만과 동시에 몸밖으로 배출된다. 최근에는 사람이나 동물 태반의 성분을 함유했다는 화장품에서부터 강장제, 노화방지제 등 먹는 약까지 시중에 나와 있다. 하지만 난치병 치료에 쓰이는 것은 '플라센타(Placenta)'라고 불리는 태반 추출물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동덕제약(주)(회장 김선구 www.ddpharm.com)는 플라센타의 전문화와 과학화에 앞장서며 '생명의 고향'이라 불리는 태반 분야를 개척해나가는 업계의 선두주자다. 지난 93년 출범, 국내 최초로 동결진공 건조시킨 자하거를 생산해 한의원과 한방병원, 제약회사 등에 원료로 공급해 온 이 회사가 주목받기 시작한 건 플라센타와 유기 게르마늄(Ge-132)을 배합한 플라센타 비누(Placenta Soap)를 세계에서 처음으로 개발하면서부터다. 동덕제약은 지난 97년 또 한번 업계의 '이슈메이커'로 급부상했다. '자하거 융모조직 가수분해물(Human Placenta Hydrolysate)'과 '플라센타 엑스(Human Placenta Extract)'를 국내 최초로 개발하는데 성공한 것. 이 두 가지 제품은 이전까지 국내 제약회사 및 화장품회사에서 막대한 외화를 들여가며 수입에 의존해 왔었던 것으로, 동덕제약이 처음 국산화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그 당시 화제의 초점이 됐었다. 자하거 융모조직 가수분해물과 플라센타 엑스는 아이의 잉태에서 출산까지 산모가 온갖 고통을 겪듯 동덕제약 연구팀들이 4년에 걸친 오랜 진통 끝에 내놓은 '산고의 산물'이다. 동덕제약의 자하거 국산화로 인해 전량에 가까웠던 수입비중도 뚝 떨어졌다. 일본과 독일에서 국내 소비량의 20% 가량만을 수입,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며 나머지 80%는 동덕제약에서 독점 공급한다. 동덕제약이 자하거와 인연을 맺은 것은 1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태반추출물이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밀수 등 음성적으로 거래됐었던 시절이다. 태반은 전혀 부작용이 없는 '생약 제제'라는 특성상 적용분야가 무궁무진할 것으로 판단한 김선구 회장은 시장의 성장가능성을 내다보고 망설임 없이 태반사업에 뛰어들었다. 김 회장은 보건복지부로부터 의약품제조 및 자하거 품목 허가를 유일하게 획득하고 93년 국내 최초로 공장을 설립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태반이라는 단어조차 생소하던 시절이라 이 분야에 대한 경험과 기술이 전무한 중소기업이 첨단 생명공학 기술에 도전하는 것은 누가 봐도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격이었다. 공장부지 선정에서부터 환경문제, 인체에서 추출된 원료의 특성상 주변 주민들에게 혐오감을 줄 수 있다는 우려까지 끊임없는 문제점들이 도출되면서 일분일초가 바쁜 김 회장의 발목을 잡아챘다. 심지어는 화장터를 방불케 한다는 민원이 쏟아져 행정심판까지 제기하는 시련을 겪었다. 하지만 김 회장은 태반이 가지는 생명공학분야에서의 응용성과 잠재력을 간파하고 의지를 꺾지 않았다. 그는 즉시 전국 병·의원에 냉동고를 설치하는 작업부터 착수했다. 태반 적출 시 병원에 비치된 냉동고에 곧 바로 신선하게 보관, 냉동상태 그대로 옮겨와 연구재료로 활용했다. 전국의 병·의원을 대상으로 냉동고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경제적 문제로 난관을 겪었지만 이를 어렵게 이겨냈다. 안정성이 큰 사업분야이며 특히 생명공학을 기반으로 하는 응용분야는 발전되기 마련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충북 진천군 평산리 공장 한구석에서 시작했던 연구개발이 4년이라는 시간과 중소기업으로는 엄두도 못 낼 막대한 연구자금이 투입된 결과 서서히 열매를 맺기 시작했다. 원료를 수입에 의존하는 상업적 양산의 한계를 극복하고 법적으로 매매 금지된 태반의 공급을 동덕제약에서 독점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된 것. 그 결과 이 회사는 현재 대기업과 거대 제약회사의 신약 개발팀에서 합작 의뢰를 수십 차례 받을 정도로 기술적인 경쟁력을 확보했다. 말 그대로 '인간승리'였다. "원료를 수입해 완제품을 만들어 이윤추구에만 급급한 우리와 달리 선진국의 제약업계는 연간 수십 조원의 연구비를 투자해 자체 원료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거시적인 안목에서의 연구개발이 엄청난 상업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죠. 우리회사는 원료개발과 연구에 기업의 역량을 집중해 타 업체의 벤치마킹 대상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경쟁력 있는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만큼 세계적인 생명공학 전문기업으로 도약하는 데 힘쓰겠습니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청과 공동으로 신약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그는 국가기업으로의 성장이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글로벌경제 시대에 중소기업이 자립하기 위해서는 오직 기술력 하나만이 무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하는 김선구 회장은 난치병 치료의 '새 길'을 열고 있는 태반의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21세기 제약소재 산업을 이끌어 가는 '뉴 프런티어'의 전형을 보여주는 CEO다. 043)534-0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