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신용불량자 대책(배드뱅크 설립)이 발표된 후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의 조짐이 나타나 금융사들이 고심하고 있다. 일부 채무자들은 '빨리 신용불량자로 만들어달라', '나도 대출원금을 깎아달라'는 요구를 해오고 있다는게 채권회수 담당자들의 전언이다. 하지만 이 같은 '배째라식 태도'는 상당부분 신용불량자 구제책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배드뱅크에 대한 '5가지 오해'를 짚어본다. ◆ 버티면 된다 =잠재 신용불량자들 가운데 일부는 연체금을 갚지 않고 버티면 신용불량자가 돼 배드뱅크를 이용할 수 있다고 착각하고 있다. 하지만 배드뱅크 이용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일은 '3월10일'로 못박혀 있다. 따라서 그 이후 연체를 해서 새로 신용불량자가 된 사람들은 배드뱅크를 이용할 수 없다. ◆ 신용불량자 딱지 떼면 대출도 받을 수 있다 =배드뱅크를 통해 신용불량 기록이 해제되면 빚독촉에선 벗어날 수 있지만 통상 1~2년간 대출거래, 신용카드 개설 등은 불가능하다. 은행연합회는 연체기간에 따라 1년 또는 2년간 신용불량 기록을 보존하기 때문이다. 단 1천만원 이하의 대출금 연체나 2백만원 이하의 카드대금 연체로 신용불량자로 등록된 경우 상환과 동시에 기록을 삭제한다. 이 경우에도 연체금을 갚기 위해 배드뱅크에서 빌린 돈(대환대출)이 대출기록에 남기 때문에 정상적인 신용거래 가능성은 희박하다. ◆ 원금도 깎아준다 =배드뱅크를 이용한다고 해서 대출원금을 미리 깎아주는 일은 없다. 단 배드뱅크에서 빌린 돈을 1년 이상 연체없이 갚을 경우 '추가 혜택'이 주어질 수는 있다. 추가 혜택이란 것이 대출원금 감면이 될지, 대출이자 감면이 될지는 아직까지 결정되지 않았다. 배드뱅크 관계자는 "신용회복위원회의 경우 상각채권(통상 연체 6개월 이상)에 대해선 원금의 30%까지 감면해주고 있다"며 "배드뱅크의 원금감면 기준과 폭도 이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모든 금융사의 채무이자가 면제된다 =대금업체에서 빌린 돈은 배드뱅크 대상채무가 될 수 없다. 배드뱅크가 제공하는 혜택을 받기 위해선 신용불량자가 돈을 빌린 금융사가 배드뱅크 협약에 가입해야 하는데 대금업체들이 이 협약에 가입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없다. 배드뱅크 협약에 가입한 금융사에서 돈을 빌렸더라도 이들 금융사가 연체채권(상각채권)을 다른 외국계 금융사에 팔아 버렸다면 배드뱅크 이용대상에서 제외된다. 상각채권을 매입한 외국계 금융사(골드만삭스, 론스타 등)들 역시 배드뱅크 협약에 가입하지 않을 전망이다. ◆ 갚다가 못갚으면 어쩔수 없다 =배드뱅크에서 빌린 돈을 연체하면 각종 벌칙이 부과된다. 그동안 감면 혜택을 받았던 연체이자를 모두 상환해야 하며 배드뱅크 대출금 연체에 따른 연체이자(연 17%)를 물어야 한다. 3개월 이상 연체가 지속될 경우 다시 신용불량자로 등록될 가능성이 높다. "배드뱅크를 이용, 연체금을 최장 8년간 나눠 갚을 자신이 없다면 차라리 개인회생제도를 이용하거나 개인파산을 신청하는게 낫다"는게 금융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최철규 기자 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