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유쾌한 치맛바람..변도윤 <서울여성·서울여성플라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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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yoon12@seoulwomen.or.kr
사무실 차창 너머 초등학생들이 등교하는 모습이 보인다.
아이들의 옷차림에서 계절의 변화가 느껴진다.
내 아이만은 어느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게 키우겠다는 것이 요즘 엄마들의 각오인 듯하다.
백일도 되지 않은 아이에게 지능발달에 좋다는 자극을 탐문하고,영재 교육의 당위가 아니라 종류의 선택을 고민하는 엄마들에게 제도권 교육은 한편으로는 아이가 자신의 통제 너머로 사라진다는 불안감과 통하는 의미인가 보다.
언제부터인가 학기 초가 되면 뒤질세라 선생님을 찾아가서 인사를 하고,선생님과 함께 교육 공조체제를 구축하는 일은 대한민국의 엄마라면 한번쯤 치러야 하는 홍역이 돼버렸다.
매년 바뀌는 대입제도를 따라서 고민하고,새벽부터 아이들의 운전기사를 자처하는 어머니들의 모습은 이미 익숙한 모습이다.
그러나 이런 치맛바람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에는 자기 자녀만을 위하는 과잉 에너지에 대한 비난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어머니들의 희생 위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한 우리가 '치맛바람'을 이야기할 자격이 있을까?
오히려 이들 어머니가 갖는 잠재적인 에너지의 분출공간을 만들어 줌으로써 치맛바람을 유쾌하게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가 아닐까?
더 이상 끝이 없어 보이는 정치세계에서 유일한 대안으로 여겨지는 여성들의 모습이 아니더라도 한국 여성들이 지니고 있는 잠재력만은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모든 현상에는 '동전의 양면'이 있다.
잠재력을 펼칠 수 있는 공식적인 마당이 없는 과거에는 어머니의 힘이 치맛바람으로 견제받았지만,모든 빗장을 걷어내고 있는 지금은 여성의 에너지만이 모든 부패와 무능을 질타하고 견제하는 유쾌한 치맛바람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문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환경은 다음 세대에 물려줄 부채라고 걱정하는 여성들의 모습에서 느껴지는 유쾌한 치맛바람은 이 봄의 어떤 기운보다도 우리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불어라,유쾌한 치맛바람!
이런 유쾌한 치맛바람의 한가운데에서 그 에너지와 힘을 매일같이 느낄 수 있는 나는 행복하고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