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철새' 단체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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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정국에서 지방자치단체장들의 '둥지바꾸기 바람'이 불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가결되던 12일 강현욱 전북지사가 민주당을 탈당해 열린우리당에 입당한 데 이어 15일에는 박태영 전남지사,18일에는 우근민 제주지사가 새로이 여당에 둥지를 틀었다.
시장 군수 등 기초단체장의 탈당과 여당행도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대개 여당행의 이유를 탄핵추진에 따른 역풍과 지역발전에서 찾고 있다.
박 전남지사는 "지역발전을 바라는 도민의 여망에 부응하고 대통령이 탄핵받는 상황에서 도민의 여론을 받드는 길을 택했다"고 말했다.
다른 단체장의 변도 비슷하다.
대통령 탄핵추진에 대한 지역여론이 워낙 나쁜데다 지역발전을 위해서는 여당행이 불가피한 선택이란 논지다.
실제 탄핵안 가결 이후 들끓었던 여론을 감안하면 감성적으로는 수긍이 가는 측면도 없지 않지만 여기에는 두가지 함정이 숨어있다.
우선 지역발전을 얘기하는 것은 정당정치와 지방자치제의 근간을 부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일부 단체장들의 주장처럼 지역발전을 위해 여당에 갈 수밖에 없는게 현실이라면 지방단체장 선거는 의미가 없다.
지역발전을 부정할 단체장은 어디에도 없을 것이고 이를 위해 야당 단체장은 언제든지 여당으로 가야 한다는 논리로 귀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탄핵에 따른 여론부분도 마찬가지다.
여론은 손바닥 뒤집기보다 더 쉽게 변한다.
앞으로 여론이 바뀐다면 다시 당적을 옮길 수 있다는 얘기인가.
게다가 탄핵은 정치적 사안으로 정당성 여부에 대한 결론이 나지도 않은 상황이다.
국민은 과거에도 이와 유사한 논리와 행태를 수없이 봐왔다.
"명분을 찾아 여당으로 떠났던 철새들과 뭐가 다르냐"는 비판이 나오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정치적 결단'이니 '도민의 뜻'이니 하는 화려한 수사가 한없이 공허하게 들린다.
이재창 정치부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