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납품 불공정거래' 전격 무기명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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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품·입점업체들이 유통업체들을 벼르고 있다.
유통업체들의 불공정거래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납품·입점업체들을 대상으로 무기명 설문조사에 들어갔기 때문.
납품·입점업체들은 이참에 낱낱이 폭로해 그동안 유통업체로부터 받은 설움을 되갚겠다는 분위기다.
반면 유통업체들은 비리가 드러날까 잔뜩 긴장하고 있다.
일부 유통업체는 납품업체를 상대로 선무작업에 들어갔다는 얘기도 들린다.
◆납품업계 분위기 '험악'
이번 조사에는 17개 백화점과 18개 할인점,5개 TV홈쇼핑 등 40개 유통업체에 입점했거나 제품을 납품하는 3천90개 회사가 참여한다.
이렇게 많은 납품·입점업체가 공정위 조사에 참여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납품업체들은 유통업체들의 횡포를 막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보고 설문조사에 적극 응하고 있다.
납품·입점업체들이 고발할 내용은 광고비,사은행사비,인테리어 비용 전가와 저가 납품,가매출,부당감액,부당반품 강요 등이다.
납품·입점업체들은 일부 유통업체가 우월적 지위를 악용,광고비 사은행사비는 물론 인테리어비까지 지나치게 떠안겼다고 주장했다.
A업체의 경우 할인점들의 최저가격 경쟁 때문에 부담이 증가,개선을 요구했으나 '협조하지 않으면 매대를 치우겠다'는 압력에 못이겨 납품해야 했다.
한 관계자는 "시장점유율이 큰 브랜드들은 괜찮지만 중소 브랜드들은 협상력이 약해 유통업체에 끌려다니기 일쑤"라고 말했다.
H업체는 할인점 할인행사에 참가하도록 강요받기도 했다.
한 백화점 입점업체는 손님끌기용 이벤트를 하는 데 들어간 판촉 비용을 떠안기도 했고 또 다른 업체는 거액의 인테리어 비용까지 부담해야 했다.
◆유통업계 무기명 조사에 긴장
유통업체들은 공정위의 조사가 무기명으로 실시되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우리가 무슨 범죄집단이라도 된다는 말이냐"고 반문했다.
홈쇼핑 업체들은 무기명 조사에 긴장하는 빛이 역력하다.
한 관계자는 "털면 먼지 안나올 업체가 어디 있겠느냐"며 "공정위가 조사 수위를 높이면 많은 홈쇼핑사들이 제재를 피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경쟁사의 사주를 받은 납품업체가 음해성 허위 정보를 공정위에 제보할 수도 있다"며 악용 가능성을 제기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윤리경영을 강화하면서 그동안 끊임없이 지적됐던 광고비나 행사비 떠넘기기 등의 불법 관행은 많이 사라졌을 것"이라면서도 "매장 직원들의 개인비리가 터질 수도 있지 않겠느냐"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특히 상거래 관행이 달라 공정위와 마찰이 많았던 외국계 기업들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국까르푸는 주요 납품업체 대표들을 조만간 한 자리에 모아 사장이 직접 나서서 공정거래 준수 의지를 재천명하고 애로사항을 들을 계획이다.
고기완·백광엽·송형석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