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원자재값 급등과 환율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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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국제원자재 가격이 급등함에 따라 그 부담을 원화 환율하락으로 흡수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어 앞으로의 정책방향이 주목된다.
이미 국내 외환시장에서는 이런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1주일 동안 원유를 비롯한 국제원자재 가격이 급등함에 따라 원화 환율이 22원 급락했다.
종전과 달리 정책당국에서는 이런 시장움직임을 그대로 내버려두는 분위기다.
이론적으로 보자면 최근처럼 서로 상반된 효과(특히 이번처럼 물가 면에서)를 갖는 경제현상이 나타날 때는 어떤 것을 우선적으로 선택하느냐 하는 정책적 판단과 선택시 경제에 미치는 효과,그리고 흡수능력을 감안해야 한다.
또 사후적으로는 특정 경제현상과 수단을 선택함에 따라 뜻하지 않게 부담이 전가되는 경제주체들에게는 반드시 보전책을 마련해줘야 한다.
정책의 우선순위로 본다면 국민들이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체감경기를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
현재 우리 경기는 이달 들어 수출이 50%에 근접할 만큼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내수가 부진해 본격적인 경기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상태다.
내수가 부진한 데에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체감경기가 안좋은 것이 가장 큰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아무래도 원유를 비롯한 국제원자재 가격변화는 원화 환율변화보다는 국민들의 체감경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실제 각종 가격변수에 대한 국민들의 민감도를 산출해 보면 국제원자재 가격변화에 대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나온다.
거시변수를 중심으로 경제에 미치는 효과면에서는 국제원자재 가격변화가 원화 환율변화보다는 크게 나온다.
또 경제효과의 범위도 국제원자재 가격변화는 대부분 국민들에게 영향을 미치지만 원화 환율변화는 아직까지는 일부 기업과 계층에 제한돼 있다.
정책의 흡수능력 면에서는 그래도 수출쪽이 많아 보인다.
현재 우리 경기는 수출이 지탱하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수출에 지나치게 편중된 경제구조는 바람직하지 않다.
단기적으로도 최근처럼 다른 산업에 파급효과(linkage effect)가 적은 상태에서는 수출이 비록 경기를 지탱하고 있지만 산업간 혹은 소득간 불균형을 심화시키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정책당국이 원유를 비롯한 국제원자재 가격상승에 따른 부담을 원화 환율하락으로 전가시킬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수출을 통한 경기회복을 위해 '환율조작'이란 의혹까지 받아가며 시장개입에 나섰던 정책당국이 최근 들어서는 긴 호흡을 갖고 원화 환율의 급락세를 지켜보고 있는 것도 이런 목적이 결부된 것으로 생각된다.
앞으로 국제원자재 가격은 세계경기 회복과 투기적 수요,산지의 공급조절정책을 감안하면 지금의 상승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국내 외환시장도 대외적으로 미 달러가치가 약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수출호조 등으로 원화 환율이 떨어질 소지가 높은 여건이다.
따라서 당분간 원화 환율은 기업들이 예상했던 수준 이상의 속도로 빠르게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환율구조모형 등을 통해 원화 가치의 적정수준을 산출해 보면 1천1백30원 정도로 추정된다.
이번에 기업들은 이 수준까지 원화 환율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대책을 마련해 놓아야 한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