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부터 독일 하노버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 최대 정보통신 전시회 '세빗2004'의 화두는 휴대폰의 컨버전스(융합)와 멀티미디어 3G(세대) 통신서비스로 요약된다. 특히 올해 하반기부터 유럽을 중심으로 3G 서비스가 급속히 확산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주요 단말기 업체들은 거의 예외없이 고기능 3G 휴대폰을 대표 제품으로 내세웠다. ◆컨버전스의 확산=휴대폰에 펀(재미)을 더한 게임폰의 가능성을 확인시켰다. 노키아는 게임폰 'N-gage'전용관을 만들어 다양한 게임 콘텐츠를 선보였다. 이 회사는 올해 중 새로운 모델의 게임폰을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다. 소니에릭슨도 게임도구와 휴대폰을 결합해 휴대폰 게임을 훨씬 생동감있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신제품을 선보였다. 소니에릭슨 관계자는 "현재 휴대폰용 게임을 1백여가지 개발했다"며 "휴대폰으로 4∼8명이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온라인 게임도 서비스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멘스는 자전거 등에 부착해 속도 및 주행거리 측정,내비게이션 기능이 있는 휴대폰을 아이디어 상품으로 소개했다. 팬택은 이동통신과 인공지능 기술을 결합한 지문인식폰으로 눈길을 끌었다. 이 제품은 모바일뱅킹,모바일커머스 등 금융거래시 완벽한 보안을 가능하게 해준다. 파나소닉은 휴대폰에 RFID(무선인식)태그 기능을 결합해 팔찌 귀고리 반지 등의 액세서리로 휴대폰을 제어하는 제품을 전시했다. ◆디자인 업그레이드=노키아 지멘스 소니에릭슨 등 유럽업체들은 이번 전시회에서 폴더형,슬라이드형 등 다양한 디자인의 제품을 전면에 등장시켰다. 큰 손에 딱 잡히는 바(bar)형태의 디자인이 지배하던 유럽 휴대폰 시장의 변화를 예고하는 대목이다. 이 업체들이 내놓은 1백만화소 카메라폰,3G 휴대폰 등 고성능 휴대폰은 기존 컬러 휴대폰과 크기가 비슷할 정도로 기술과 디자인이 뛰어났다는 평가다. LG전자 정원복 상무는 "지멘스와 소니에릭슨의 디자인 경쟁력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고 말했다. 파나소닉은 플립을 열어 스크린으로 사용할 수 있는 캠코더폰을,NEC는 디지털카메라와 유사한 형태의 카메라폰을 전시했다. 대부분의 선진국 휴대폰 업체들은 휴대폰과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기가 작은 폴더형 PDA(개인휴대정보단말기)제품을 대거 선보여 올해 PDA시장의 돌풍을 예고했다. ◆혁신 제품이 없다=이번 전시회에는 기술적인 측면에서 '혁신'제품이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특히 4G(세대) 통신서비스를 겨냥한 제품들은 하나도 없었다. 화제를 모았던 메가픽셀 카메라폰의 경우 삼성전자와 팬택이 2백만 화소폰을 선보였을 뿐 외국업체들은 대부분 1백만 화소폰을 대표제품으로 내놓았다. 블루투스와 RFID기능을 적용한 제품들이 대거 쏟아졌지만 최근 1∼2년 전과 비교해 기술상의 진보는 두드러지지 않았다는 평가다. 하노버=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