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안개정국'] '부정선거' 시비로..야당, 선거무효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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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정국이 '부정선거'의 소용돌이 속에 휘말리고 있다.
피격사건이 발생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치러진 총통선거에서 집권 민진당의 천수이볜 후보가 근소한 차로 당선되자 야당인 국민당측이 선거무효를 선언하는 등 정국 혼란은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승부 가른 2만9천표=민진·국민 양 진영은 총통선거 막판까지 예측 불허의 접전을 펼쳤다.
전체 1천6백50만명 유권자의 80.2%가 참가한 이번 선거에서 민진당의 천수이볜·뤼슈롄 진영은 불과 0.24%포인트의 표차로 재선에 성공했다.
당초 이번 선거는 야당인 국민당 롄잔 후보의 '박빙승리'가 예상됐다.
선거기간 각종 여론조사에서 롄잔 후보는 줄곧 2∼3%포인트 차로 천수이볜 후보를 앞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거 전날 발생한 천 총통 피격사건은 이같은 시나리오를 정반대로 돌려놓았다.
대만 현지 언론들은 "부동층의 동정표가 막판 천 총통에게 몰린 결과"며 "피격사건을 계기로 천 총통 지지자들이 똘똘 뭉쳐 막판 뒤집기에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거세지는 부정선거 시비=롄잔 후보진영은 개표결과에 대해 "현 정권의 기만행위를 전세계에 밝힐 필요가 있다"며 국민당을 비롯한 야당 연합이 선거무효 소송과 함께 대규모 장외투쟁을 벌여나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특히 중앙선관위 조사 결과 투표용지 30여만장이 크게 훼손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파문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으로부터의 분리 독립을 추진하는 집권 민진당과 관계개선을 통한 통합운동을 주장하는 국민당측의 대립과 갈등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과정에서 뚜렷하게 드러난 대만 출신(본성인)과 중국본토 출신(외성인) 세력간의 분열상 또한 심각한 후유증을 몰고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국 불안 불가피=총통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방어성' 국민투표는 투표율이 50%를 넘지 못해 자동 부결됐다.
때문에 재선에 성공한 천 총통의 향후 정국운영은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총통선거와 패키지로 실시된 이번 국민투표는 △중국이 무력 위협을 포기하지 않을 경우 대만도 미사일 구입 등 방어능력을 강화해야 하는가(국방강화안) △중국과 협상을 재개,안정적인 양안 관계를 설정해야 하는가(대등 담판안) 등에 대한 찬반 여부를 묻는 것으로,이것이 가결될 경우 천 총통의 대만독립 추진에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됐다.
이번 선거 결과와 정국 혼미로 인해 대만 금융시장도 한치 앞을 예상하기 힘든 상황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
외국인들은 민진당 재집권으로 중국 정부와의 갈등이 한층 고조될 것으로 우려,지난 열흘간 3조원 이상의 주식을 내다팔았다.
이와 관련,블룸버그통신은 "정국불안이 대만 금융시장을 요동치게 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제 관심은 선거 후 처음으로 열리는 22일 증시에 쏠려 있다"고 보도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