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01:20
수정2006.04.02 01:22
유령 외국은행을 설립해 해외 자금을 유치해 주겠다며 14개 중소기업을 속여 수백억원을 가로채려 한 사기단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청은 21일 7개 중소기업으로부터 선납금과 업무 추진비로 9억2천만원을 가로챈 혐의(사기)로 M뱅크 관리이사 최모씨(42ㆍ여) 등 2명을 구속하고 달아난 회장 이모씨(47) 등 2명을 긴급수배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 등은 지난해 7월 서울 회현동 재개발사업을 추진하려던 모 무역회사 대표 최모씨(48)에게 '외자 3억달러를 유치해 주겠다'고 속여 선납금 명목으로 4억1천7백만원을, 지난해 5월부터 북한 개성이나 칠보산 등에 대규모 관광단지 조성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H관광기업 대표 유모씨(54)에게 3억달러 투자 명목으로 1억원을 가로챘다.
특히 유씨는 지난달 18일 북한으로부터 이씨 등의 초청장을 받은데 이어 같은달 26일 통일부에 북한 방문 승인 신청까지 낸 것으로 경찰조사 결과 드러났다.
그러나 나머지 7개 중소기업은 모두 M뱅크와 투자협정서를 작성한 뒤 모두 1백18억5천만원의 돈을 건네기 직전 경찰이 수사에 나서 가까스로 피해를 면했다.
이들 사기단은 국제 금융시장 사정에 어둡고 자금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들의 약점을 철저히 이용했다.
실제로 이씨 등은 미국에서 법인등기 대신 사업신고만 하면 되는 점을 이용, 2000년 11월4일 미국 뉴욕에서 M뱅크 그룹이라는 유령 은행을 설립한 뒤 이 은행의 한국지사인 것처럼 서울 명동에 사무실을 열고 인터넷 홈페이지를 개설했다.
이들은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외자유치 금액의 1%만 선납금으로 내면 담보없이 사업 타당성만 보고 돈을 빌려준다"고 속여 국제금융 사정에 어둡고 자금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을 상대로 사기 행각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중소기업들의 자금난이 계속되면서 유사한 사기극이 계속될 수 있다"며 "외국 법인이 국내 법인 등기를 할 때 국내외 합동법률사무소의 공증이나 해당 국가 상공인협의회 확인 등 보완책을 마련하고 기업들도 투자 약속을 믿기 전에 금융감독원 등에 확인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