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구 < 수자원公 수자원연구원장 > 물은 인간이 생명을 유지하면서 윤택하고 안락한 생활을 누리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다. 또 사회와 경제의 성장 발전에 필수 불가결한 자원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홍수 가뭄 폭설 등 재해를 통해 막대한 인명과 재산피해를 가져오는 무서운 얼굴도 갖고 있다. 지난 2002년 여름 미국 유럽 아시아지역을 강타한 대홍수는 인간이 지구환경을 지배하는데 따른 대가가 얼마나 큰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중부 유럽에서만 1백명 가까이 숨졌고 중국에서는 1천여명의 사망자와 1억명이 넘는 수재민이 발생했다. 국내에선 지난 2002년 태풍 '루사'가 하루강수량 8백71mm라는 최고 기록을 세우며 2백69명의 인명과 6조원이 넘는 재산을 쓸어갔다. 지난해 태풍 '매미'도 1백30명의 인명과 4조7천억원의 재산피해를 가져왔다. 기후와 지형적 특성으로 국내에선 물관리가 무척 불리하다는 사실을 대다수 국민들이 잘 알고 있다. 높은 인구밀도로 1인당 가용 물 자원은 적고 강우량은 지역별ㆍ계절별ㆍ연도별로 매우 차이가 크다. 여름기간 1년 강우량의 70%가 집중되지만 하천의 길이가 짧고 경사가 급해 해마다 홍수와 가뭄이 되풀이 되고 있다. 과학이 발달한 요즘에도 지구온난화 등에 따른 기상이변이나 예고없는 집중호우 등을 정확히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면 관건은 피해 예방ㆍ감소책을 어떻게 마련해서 추진하느냐로 압축된다. 홍수 대책은 정확한 예측을 바탕으로 댐을 비롯한 강과 하천의 수량정보를 보다 종합적으로 관리하고 최적화하는 쪽으로 모아져야 한다. 가뭄피해를 줄이려면 수자원 총량을 고려한 예방차원의 통합가뭄 관리시스템을 구축하는게 필요하다. 일본이 우리와 비슷한 규모의 자연재해를 겪고서도 인명ㆍ재산피해가 우리보다 적은 이유는 평소 예보시스템과 배수시설 등의 방재시설을 거의 완벽하게 갖춘 데다 위기에 대처하는 시스템도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자연재해는 불가항력적이며 완전한 근절은 불가능하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자연재해의 크기와 힘 등을 고려해 시설물을 설계 시공하고 사전 예방조치와 신속한 복구대책 등을 세운다면 피해를 막거나 최소화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방재시설이라는 하드웨어적 측면뿐만 아니라 긴급대응을 위한 소프트웨어적 측면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대처능력이 중요한 이유는 초기의 부적절한 대응이 오히려 피해를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차원의 체계적인 통제 시스템, 일반시민 차원의 체계적인 대응책이 모두 필요하다. 자연재해를 당할 때엔 울부짖다가 지나고 나면 금새 잊지 말고 일상 속에서 자연재해에 대비한 대응력을 키워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