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2억2천만달러 규모의 이라크 재건공사 수주 결과를 발표하는 현대건설 이지송 사장의 표정은 상기돼 있었다. 마침 이날이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탈상일이어서인지 이 사장의 감회는 남달라 보였다. 이 사장은 경기도 하남시 창우리에 있는 고 정 명예회장의 묘소를 참배하러 떠나기에 앞서 기자에게 "이번 수주는 회사의 운명을 걸고 뛰어다닌 임직원들의 노력 덕분"이라며 "이제서야 현대건설 중흥의 서광이 보이는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현대건설은 이날 이라크 재건사업 수주와 이란 사우스파 가스정제시설 4·5단계의 성공적인 연결식이라는 겹경사를 맞았다. 이라크 재건사업 수주는 공사미수금을 회수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사우스파 가스정제시설의 성공적 개통은 이란 정부가 약속한 1억달러 이상의 보너스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전체 임직원들에게 희망을 안겨주는 개가였다. 이 사장은 "이라크 공사 수주는 시작 단계"라며 "무엇보다 이라크에 들어가 정부 관계자들과 직접 미수금 협상을 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현대건설은 현재 이라크 정부에 11억4백만달러의 민간공사 미수채권을 갖고 있다. 그동안 국제법원 및 미국과의 접촉을 통해 미수금 회수를 추진해 온 이 사장은 이 때문에 이번 수주전에 남다른 열정을 쏟아왔다. 이라크에 상주하며 수주전을 펼친 직원들에게 23만달러짜리 방탄차까지 구입해주며 독려했다. 이 사장은 "직원들을 사지에 내보낼 때는 누구보다 마음이 무거웠다"며 "하지만 우리나라 건설산업이 살아남을 길은 해외공사 수주밖에 없다는 각오로 수주전에 임했다"고 그간의 심정을 털어놨다. 그는 "이라크 내 알짜배기 수주는 전후복구사업이 끝나고 본격적인 천연자원개발공사 발주가 시작되는 2년 뒤 쯤이 될 것"이라며 "이번 공사는 이를 위한 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