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기업가 정신도 중국에 뒤처지나..金益洙 <고려대 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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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제10기 전인대(全人代) 제 2차 회의가 사유재산권 보장에 관한 헌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고 최근 폐막됐다.
개정 헌법에는 "공민의 합법적인 사유재산은 침해할 수 없다"라는 조항이 신설 삽입되었다.
사실 그동안 중국에서 사유재산권이 전혀 보호되지 않은 것은 아니다.
90년대 중반부터 주택, 유가증권에 대해서는 소유권이 허용됐고, 민법통칙, 신통일계약법, 회사법 등 하위 법규에서도 재산권 보호를 부분적으로 인정하고 있었다.
다만, 이번 헌법 개정은 이 같은 하위 실정법의 개별 조항들을 통합하여 헌법 정신 차원으로 승격시키고, 국가이념적 차원에서 사유재산권 보호를 명문화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고 본다.
그동안 중국의 민간 기업가들은 국가에 의한 재산몰수나 국유화 조치를 두려워 해, 일정 규모 이상으로 기업을 키울 유인이 없었다.
또 은행 대출, 에너지.원부자재 확보, 판로개척 면에서도 국유기업에 비해 차별을 받아왔다.
그러나 이번 헌법 개정으로 인해 법규상의 장벽이 일단 제거되었다고 본다.
이번 헌법 개정조치는 또한 WTO 가입 이후 확대일로에 있는 초.다국적 기업의 대중 직접투자 모멘텀을 살려주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사실 외자기업의 가장 큰 불만은 특허권.저작권.상표권 등 지적 재산권 침해였는데, 이번 헌법 개정을 계기로 관련 당국이 보다 실효성있는 단속과 처벌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실행 과정에서 실제로 사유재산권이 보호될 수 있을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왜냐하면, 중국은 아직 진정한 의미에서의 법치주의 국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나 인민법원 모두가 아직은 당의 정치적 속박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또 정책 집행의 최일선에 있는 지방 당정 관료들은 세수확대, 고용창출, 외환획득을 위해 사유재산권 행사과정에 개입해 왔는데, 이 같은 관행을 하루 아침에 절제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결국 앞으로도 상당 기간 동안은 헌법적 선언과 중국의 현실 사이에 상당한 괴리가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앞으로 중국에 민간 기업가 시대가 활짝 열릴 것이라는 점이다.
이미 2년전의 당장(黨章)개정에서 민간 기업가들의 공산당 입당이 허용되었고,이들의 정치적.법적 위상이 높아지는 만큼 자원배분 과정에서의 불이익도 점차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신설투자와 구조조정의 과정에서 화웨이(華爲)나 시왕그룹(希望集團)과 같은 경쟁력있는 대형 민간 기업의 숫자가 늘어날 것이다.
그러면 거대화.국제화.규범화의 길을 달리고 있는 중국과 비교해 볼 때,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탄핵정국에, 원자재 파동, 늘어나는 청년 실업, 강성노조 등 자본주의 국가이면서도 사회주의 중국에 비해 별로 나은 게 없다.
혹자는 이를 환률.고임금 등 가격경쟁력 약화 탓으로 돌리고, 혹자는 대중 생산기지 이전과 대중 기술격차의 축소에서 원인을 찾는다.
그러나 사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딴 데에 있다.
기업가 정신의 쇠락이다.
해외로 빠져나가는 투자 공백을 국내 투자가 메꾸어 주지 못하는 것이다.
중국의 민간 기업가들은 10%의 성공확률만 있어도 창업하려고 하는데, 한국의 기업가들은 60%의 성공확률이 있어도 투자를 주저한다.
물론 가계 부채와 내수부진 등 경기적 리스크 요인도 있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정치 환경 면의 불확실성이 너무 크고, 노사관계 문화, 법.제도적 환경이 지나치게 반기업적으로 짜여져 있다는데 있다.
앞으로의 방향은 명확하다.
헌법재판소가 하루 빨리 법적 판단을 내려 정치환경 상의 불확실성을 제거해주고, 국회와 정부는 민간 기업가가 시장논리에 따라 자유롭게 창업과 기업활동을 할 수 있도록 법.제도적 진입 퇴출장벽을 완화해 줘야 한다.
기업가가 쓰러지는 판국에 신규 고용의 획기적 증대나 평화적 노사관계의 정착이란 단어는 한낮 공허한 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현대중국학회 회장 iksu@kore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