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CB) 변칙증여 사건 첫공판은 허태학 삼성석유화학 사장(전 에버랜드 사장)과 박노빈 현 에버랜드 사장(전상무)이 이재용씨의 주식취득과 거액의 시세차익 취득이라는 동일한 사안을 놓고 검찰측과 상반된 해석을 내놓는 공방 양상을 띠었다. 22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이현승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공판에서 검찰은 먼저 이재용씨의 `전적'을 열거하며 삼성 그룹의 철저한 계획에 따라 거액의 세금을 피해 이뤄진 증여가 아니냐고 추궁했다. 검찰은 "에버랜드는 94년 10월 에스원 비상장 주식 9만5천주를 주당 1만9천원에이재용씨에게 매각했고, 이씨는 1년여만인 96년 1월 주가가 30만원대까지 폭등하자10배 이상인 279억원의 시세차익을 냈다"고 추궁했다. 검찰은 이어 "이재용씨는 95년 4월 이건희 회장이 준 돈으로 삼성엔지니어링 비상장 주식 47만4천여주를 사서 상장후인 97년 2월 10여배인 263억원의 차익을 내고팔았으며, 96년 3월 19억원으로 산 제일기획 CB도 주식으로 전환해 98년 11월 전환가의 8배에 팔아 141억원의 차익을 얻었다"고 밝혔다. 검찰은 "정부가 95년말부터 재벌의 변칙.편법 상속을 막기 위해 상속세법 개정을 추진하다 96년 6월 공청회도 열고 국회에 개정안을 제출하자 언론들도 심층 기획보도로 다뤘다"며 "개정법 발효전 그룹 지배권을 이재용씨에게 넘기려고 에버랜드 CB를 배정한 것 아니냐"고 공격했다. 허 사장과 박 사장은 모두 "전환사채 발행은 기업의 안정적 자금 확보를 위한것일 뿐 경영권과는 무관하며 당시 상속세법 개정은 신경쓰지 않아 몰랐다"고 일관되게 답변했다. 검찰이 "CB 발행 당시 에버랜드 자본금이 35억6천만원이었는데 24억원 상당의 CB를 이재용씨에게 배정하면 그룹 지배권이 재용씨에게 넘어가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고 묻자, 허 사장은 "주식으로 전환할지 여부는 CB 보유자의 판단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검찰은 에버랜드 CB를 이재용씨 남매에게 배정키로 결정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에 대해서도 추궁했다. 검찰은 "96년 10월 당시 에버랜드 이사회는 17명이고, 정관상 과반수인 9명이출석해야 이사회를 열 수 있는데 8명이 출석하고도 9명이 출석한 것처럼 회의록을허위 기재한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허 사장은 "당시 정족수에 대해 신경쓰지 않았다"며 "법률적으로는 정확히 어떤지 모르지만 미국 출장중이던 조현호 이사에게서 사전인지 사후인지 정확하지 않지만 동의를 받았기 때문에 문제 없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재판장은 그러자 "피고인들이 법률적 측면에 지나치게 신경쓰면서 답변하시는것 같은데 그냥 사실 그대로를 진술해달라"고 주문했다. 허 사장 등은 지난 96년 11월께 최소한 주당 8만5천원에 거래되던 에버랜드 CB를 발행하면서 제일제당 등이 실권한 96억원 어치를 이사회 결의를 통해 재용씨 남매에게 주당 7천700원에 배정, 회사에 970억원 상당의 손실을 끼친 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 (서울=연합뉴스) 김상희 기자 lilygardene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