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월 고용동향을 보면 15∼29세의 청년실업률이 9.1%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업자 두 명 중 한 명이 청년실업자일 정도로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하다. 문제는 우리 사회가 이 같은 청년실업 사태를 해결할 뚜렷한 방책을 찾지 못하는 데 있다. 정부는 인턴사원제,공무원 채용 확대 등을 해결책으로 들고 나섰지만 청년실업 사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지는 의문이다. 우리 경제는 이미 고도 성장기를 지나 저성장 시대에 들어섰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신규 인력을 채용하지 않으면서도 생산성을 높이는 혁신활동에 주력하려는 움직임이다. 고용시장의 유연성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채용을 회피하는 기업을 마냥 탓할 수만도 없다. 이런 추세라면 경제가 살아나면 실업문제가 해소된다고 단순하게 생각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우리는 고용을 지속적으로 창출할 가능성이 높은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 제한된 자원으로 모든 산업에 시험적으로 베팅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설혹 축적된 자본이 있다고 해도 시간이 없다. 중국이 바짝 우리를 뒤쫓고 있지 않은가. 신산업을 육성한답시고 국민의 정부가 맹목적으로 벤처 육성에 주력했다가 우리 전체 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지적도 이런 맥락에서 제기되고 있다. 그렇다면 경제 성장의 기여가 크면서 고용까지 창출할 수 있는 비즈니스를 찾아야 한다. 이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산업은 자동차산업이라고 본다. 자동차는 반도체와 함께 우리나라 주력 수출품이다. 작년 자동차 부문의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1백96억달러로 우리나라 전체 흑자 1백55억달러보다 41억달러나 많다. 자동차가 없었더라면 작년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마이너스를 기록했을 것이다. 고용 측면의 기여도 상당하다. 국내 자동차 제조업에 직접 고용된 인력은 21만명으로,전체 제조업의 7.6%를 차지한다. 차 부품과 판매,정비,서비스 등 관련 산업의 인력까지 포함하면 1백50만명에 달한다. 국내 토종 자동차 메이커인 현대·기아차가 제공하는 일자리만 따져도 61만여개에 이른다. 자동차산업이 발전하면 기계 전자 철강 정보통신 기초소재 판매 정비 보험 금융 등 연관 산업이 고루 발전하게 된다. 차세대 전지 반도체 무선통신 등 첨단 산업과도 연관돼 있어 우리나라 전체 산업을 견인할 수 있다. 경제 선진국가에서 자동차산업이 꽃 피우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자동차산업이 발전하지 않고는 미래 세계경제에서 주도권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동차산업이 발전하려면 몇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먼저 환경친화적인 차세대 자동차 개발의 중요성을 관계 당국이나 소비자들이 제대로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국내 자동차 회사들은 앞으로 전기차나 전기와 가솔린을 함께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자동차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추지 않으면 일본 등 선진국 자동차 업체와 경쟁하기 힘들어진다. 정부도 연구개발 분야에서 파격적인 세제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자동차 메이커의 기술투자를 유도해야 한다. 자동차와 정보기술(IT)이 효율적으로 융합될 수 있도록 통신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도 힘써야 한다. 움직이는 자동차에서 인터넷을 편안하게 이용하기 위해선 관련 소프트웨어 산업이 발전해야 함은 물론이다. 단기적으로는 자동차 내수 회복이 요구된다. 내수가 살아나야 다양한 차종을 개발하고,이를 다시 해외 시장에 내놓을 수 있다. 우리나라 휴대폰이 효자 수출 상품으로 부상할 수 있었던 것은 폭발적인 내수 시장이 힘이 됐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 정부가 23일 특소세를 인하했으나 그 폭이 크지 않아 내수를 살리는 데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근본적으로 특소세 등록세 취득세 자동차세 등 복잡한 과세체계를 전면 재검토하거나 유류 관련 세금을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이런 노력들이 결실을 맺어 자동차산업이 세계 무대에서 우뚝 설 때 6∼7년째 빠져 있는 국민소득 1만달러 늪에서 자연스럽게 벗어날 것이다. jisoo@kookmi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