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시장이 지정학적 위기로 크게 흔들리고 있다. 증시폭락,달러약세,금값상승 등 '불확실성 시대'의 전형적인 양상들이 세계경제를 짓누르고 있다. 세계경제가 이라크전쟁으로 불확실성에 휩싸였던 1년 전으로 되돌아간 듯한 분위기다. 이 때문에 '고용증가 없는 반쪽 회복'의 불안한 세계경제 회복세가 주춤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연중 최저로 떨어진 세계증시=이스라엘 폭격으로 인한 팔레스타인 저항단체 하마스의 최고지도자 야신의 사망,총통선거를 둘러싼 대만의 정국불안,알카에다의 2인자 체포무위 등 세계 곳곳에서 대형 테러 공포와 지정학적 위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같은 국제정세 불안은 곧바로 금융시장의 투자심리 냉각으로 이어져 세계 주요 증시들이 일제히 연중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23일 대만과 일본증시가 장중 한때 2~4% 폭락하는 등 아시아 주가가 줄줄이 하락,올해 상승분을 거의 다 반납했다. 앞서 전날 미 증시는 3일 연속 하락,다우와 나스닥지수가 각각 심리적 지지선인 10,000 및 1,900선이 올 들어 처음으로 붕괴 직전까지 몰렸다. 다우지수는 1백21.80포인트(1.2%) 내린 10,064.80으로,나스닥지수가 30.56포인트(1.57%) 빠진 1,909.91로 마감됐다.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유럽주가도 2% 안팎 급락하며 연중 최저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달러가치 역시 지정학적 리스크의 파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낙폭은 크지 않았지만,이날 달러당 1백6엔 및 유로당 1.23달러대의 달러가치는 지난 한 달간의 회복기조와 결별을 고하는 시세였다. 국제정세 위기 때마다 오르는 금값은 이날도 예외가 아니었다. 온스당 4.9달러 급등한 4백17.6달러는 2개월 만의 최고 수준에 달했다. ◆고조되는 세계경제 불확실성=고용회복이 따라주지 않는 불안한 성장을 하고 있는 세계경제는 테러공포가 몰고온 금융시장 혼란으로 완전 회복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고유가와 철강부족,비철금속과 곡물가격의 폭등세로 대변되는 원자재 대란과 함께 금융시장불안으로 세계경제 불확실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더욱이 세계증시의 추락을 경고하는 목소리까지 나와 투자심리는 더욱 얼어붙고 있다. 월가 투자은행인 퍼스트알바니의 수석애널리스트 휴즈 존슨은 "날마다 시장과 경제상태를 걱정해야 할 이유들이 생겨나고 있다"며 세계증시가 더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같은 우울한 전망과 지정학적 위기로 미국의 투자자낙관지수는 현재 한 달전에 비해 12포인트 급락한 85로 작년 10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증시침체는 소비심리와 기업투자 의욕을 떨어뜨림으로써 경제회복을 가로막는 최대 요인 중 하나다. 이에 따라 경기회복 촉진을 위해 미 금리인상 시기가 내년으로 늦춰지고,유로존이 금리를 추가 인하할 것이라는 관측이 강해지고 있다. 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