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적 위기로 22일 국제금융시장이 휘청거린 것과 달리 유가는 오히려 하락했다. 31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릴 예정인 석유수출국기구(OPEC) 각료회의를 앞두고 일부 회원국 석유장관들이 4월로 예정된 감산계획을 연기할 수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헤지펀드 등 투기세력들이 유가하락을 예상,유가선물과 옵션에 대한 순매입 포지션을 줄인 것도 가격하락을 부추겼다. 압둘라 빈 하마드 알 아티야 카타르 석유장관은 이날 "OPEC은 올해 15% 급등한 유가를 안정시키길 원한다"고 말했고 시장은 이를 감산연기 가능성으로 받아들였다. 루이스 비에르마 베네수엘라 석유차관도 "미국의 경기회복과 중국의 수요증가로 당분간 원유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며 "유가안정을 위해 5월이나 6월쯤으로 감산을 늦추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감산연기 시사 발표로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 4월물은 뉴욕시장에서 지난 주말보다 97센트(2.6%) 하락한 배럴당 37.11달러에 거래됐다. 하루 낙폭으로는 지난 2월4일 이후 최대다. 중동산 두바이유 가격도 71센트(2.3%) 하락한 배럴당 30.48달러를 기록했다. 그러나 실제로 감산이 연기될지는 미지수다. OPEC내 감산강행 의견도 강하기 때문이다. 차킵 크헤릴 알제리 에너지장관은 "2분기 수요가 하루 2백50만배럴가량 줄어들고 헤지펀드들이 시장을 빠져나갈 경우 최소 배럴당 7달러의 가격 하락이 발생할 것"이라며 "OPEC은 4월 감산을 강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도 OPEC의 감산전망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따라서 이달말 각료회의에서 시장의 기대와 달리 감산이 강행될 경우 유가가 40달러 이상으로 폭등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