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생산시설 해외이전을 놓고 독일 정부와 재계 사이에 때아닌 '애국 논쟁'이 일고 있다. 재계 대표격인 독일 상공회의소 회장이 비용절감을 위해 공장의 해외이전을 독려하자 총리가 이를 '비애국적'이라며 공개적으로 비판,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논쟁의 발단은 루드비히 게오르그 브라운 상공회의소 회장이 22일 일간지 타게스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기업들은 정부 정책이 개선되길 기다리기보다는 유럽연합(EU)에 가입하는 동구권 등으로 생산시설을 옮겨 경쟁력을 키우는 게 낫다"고 말한 데서 비롯됐다. 브라운 회장은 "제조업체들이 인건비를 가장 싸게 제시하는 곳으로 생산시설을 이전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독일도 국내 임금수준을 대폭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미 독일 기업들이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돈이 압도적으로 많다면서 "제조업체들이 임금이 싼 곳으로 시설을 이전하는 것은 독일 경제에 해가 되기보다는 오히려 국내 일자리를 지키는 방안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그의 이같은 발언은 실업률이 11%(실업자 수 4백만명)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독일 정부의 즉각적인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는 대변인 성명을 통해 "나라를 위해 필요하고 중요한 것들을 오로지 기업경영이란 좁은 관점에서만 바라봐서는 안된다"며 '비애국적'인 브라운 회장은 국가에 대한 책임감을 생각하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브라운 회장은 "기업의 애국은 정부의 개혁정책을 유도하려 애쓰는 것"이라고 반박하면서 "기업이 외국으로 일자리를 이동시킬 필요가 없도록 정부 스스로 개혁하는 모습을 보여 달라"고 촉구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