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전문점들이 몰락 위기에 처했다. 인터넷몰의 화장품 판매량이 매년 급증하고 '미샤' 등 초저가 브랜드들이 곳곳에 점포를 내면서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90년대 말까지 2만개 이상이던 화장품 전문점이 지금은 1만개 미만으로 줄었다. 이같은 감소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03년 인터넷몰 자료에 따르면 화장품·향수 분야 거래액은 4천6백60억원. 전체 화장품시장의 10%가 넘는 규모며 2002년(2천7백70억원)에 비해 67.9% 증가했다. 올해도 50% 안팎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화장품 전문점들이 인터넷몰에 밀리는 것은 가격경쟁력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 여인닷컴 체리야 등 화장품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인터넷몰들은 불황을 틈타 일부 품목을 파격적으로 낮은 가격에 판매하는 전략을 구사,전문점들을 위협하고 있다. 전문점들은 롯데닷컴 H몰 신세계닷컴 등 백화점들이 운영하는 인터넷몰의 협공도 받고 있다. 이 인터넷몰들은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명품급' 화장품을 취급한다. 초저가 브랜드의 공세도 위협이 되고 있다. '미샤''더페이스샵''2000 컬러스'에 이어 도도화장품이 최근 '도도클럽'이란 브랜드로 초저가 시장에 뛰어들었다. 초저가 화장품은 한때 유행으로 그칠 것이란 예상을 깨고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선두 주자인 '미샤'는 25일 1백개 점포를 돌파한다. 당초 예상보다 3개월 빨리 목표가 달성되는 셈이다. 미샤는 8백억원으로 잡았던 올해 매출 목표를 최근 1천억원으로 높여잡았다. 백화점 할인점 등에도 잇달아 매장을 내고 있다. 이밖에 '더페이스샵'은 이달 중 50개 매장을,'도도클럽'은 올해 안에 50개점을 열기로 했다. 이에 따라 초저가 브랜드 매장이 몰려있는 서울 명동의 경우 전문점을 위협하는 차원을 넘어 초저가 브랜드끼리 싸우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오홍근 화장품전문점협회 사무국장은 "4,5년 전만 해도 도심상권에서는 두 집 건너 한 집이 화장품 전문점이었는데 지금은 눈을 부릅뜨고 찾아도 보일까 말까 할 정도"라고 말했다. 아예 초저가 브랜드 가맹점으로 전환하는 전문점도 늘고 있다. 미샤의 1백여개 가맹점 중 20여개가 전문점에서 전환한 점포다. 전문가들은 전문점으로선 고객관리 마케팅 입지 등에서 경쟁력을 강화하지 않고는 살아남기 어렵게 됐다고 얘기한다. 서울시내 한 전문점 주인은 "인터넷몰로 물량이 흘러들어가지 못하게 메이커측이 막아줘야 한다"며 "그렇지 않고는 중저가 브랜드를 새로 내놓아도 전문점에 활력을 불어넣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규호·송형석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