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기업유치' 발벗고 뛴다] (3) '경남 진사 외국인 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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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사공단 관계 공무원들의 비즈니스 마인드는 중국의 경제특구들보다 낫습니다."
경남 진사외국인 공단에 입주한 영국계 담배제조업체인 BAT코리아의 고트 프리드 포마 사장은 "금융세제지원이나 공장부지 염가분양과 같은 투자유인책들은 이제 어느 나라,어떤 지자체도 내놓는 공통 메뉴여서 투자유인 효과가 갈수록 별로"라면서 "진사공단이 인기를 끄는 것은 이 지역 공무원들의 기업사랑 마인드와 외국기업에 대한 서비스 수준이 월등하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경상남도는 외국기업이 해외투자를 한다는 정보를 입수하면 '지구끝까지라도 찾아가 모셔온다'는 각오로 뛰고 있다.
얼마전 진사공단에 입주한 일본계 세라믹 컨덴서 제조업체인 한국경남태양유전의 경우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2002년 봄 경남의 외자유치팀은 마산에 먼저 진출한 태양유전 관계사 직원들로부터 일본 본사가 해외투자를 확대한다는 얘기를 우연히 듣고 바로 태스크포스를 구성했다.
경남도는 일본에 밝은 민간인 전문가 4명을 이 팀에 합류시키고 일본 본사를 방문했지만 반응은 신통찮았다.
한국의 강성 노조이미지가 문제였다.
경남 공무원들은 '노사분규는 도 차원에서 책임지고 해결하겠다'는 각서까지 쓰고 부지매입비 지원 등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최상의 '모시기 작전'을 폈다.
무려 20여차례의 일본 현지방문과 설득에 감복(?)한 일본 태양유전측은 3억3천만달러 상당의 투자를 결정했다.
3억달러 외자공장을 지으려면 재경부 건설부 환경부 등 여러 중앙부처가 관련됐었지만 일본의 태양유전측은 단 한번도 서울을 방문한 적이 없다.
경상남도 공무원들이 전부 해결해 줬기 때문이다.
외국기업 지원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철저한 사후관리에 들어간 것.
공무원들이 종업원 모집접수를 대행해 주고 공단의 한 거리를 '태양유전로'로 이름붙여 주기도 했다.
일본인의 취향을 감안해 공단내 1㎞ 거리에 5백여그루의 벚나무를 심는 등 온갖 정성을 기울였다.
특히 가와다 사장이 동탑 산업훈장을 받도록 중앙정부에 적극 추천하고 지역대학인 창원대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하도록 주선하는 등 인간적인 유대도 쌓았다.
이에 감동한 가와다 사장은 경남이 도쿄에서 투자유치설명회를 하면 직접 자기경험을 이야기하는가 하면 경남도의 홍보비디오에 출연, 일본기업의 경남 진출을 적극적으로 권유하고 있다.
태양유전의 성공에 자신감을 얻은 경남도는 담배사업법 개정으로 외국담배회사도 한국에 공장을 지을 수 있다는 뉴스를 듣자마자 세계적 담배회사인 BAT의 동북아 공장 유치에 나섰다.
당시 김혁규 지사는 마틴 브로톤 BAT회장을 면담하면서 친근감을 주기 위해 BAT제인 던힐을 계속 피워대며 협상을 진행했다.
이런 성의가 BAT를 움직여 진사공단이 낙점됐다.
고트 프리드 포마 사장은 "1억달러대의 대형 프로젝트 계획서를 제출한지 50여일 만에 착공한 것은 전세계 86개 현지공장중 처음있는 일"이라며 경남의 비즈니스 마인드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경남도는 양질의 외자유치를 위해서 외국인 교육환경이 양호해야 한다고 판단, 외국인 학교도 유치했다.
미국 자본과 진사공단측 보조금(24억여원)으로 설립된 경남국제외국인학교의 벤저민 훌레트 총관리인은 "외국인 직원들의 자녀 교육환경은 투자유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한국은 이를 그동안 소홀히 해왔다"면서 "이런 점에서 진사공단은 확실히 앞서 있다"고 평가했다.
사천=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