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4일자) 외국계 펀드 몰려올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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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계 신종펀드를 중심으로 한 외국 펀드들의 잇따른 국내 주식 매입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이들 펀드들이 한국 시장에 몰려 드는 것은 한국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음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특히 그런 인식을 바탕으로 외국 투자자들은 한국의 증시전망을 매우 밝게 보고 있다고 간주해도 결코 무리는 아닐 것이다.
실제 이같은 외국 자본 유입은 앞으로 한국증시의 주가를 한단계 끌어올리고 국내 기업가치 증대에도 기여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들 외국 펀드들이 투기자본의 속성을 앞세운 단기차익 거래에만 몰두할 경우 증시구조를 왜곡시키게 되고,막대한 보유 지분을 무기로 한 적대적 M&A를 통해 정상적 기업경영을 위협하는 부메랑이 될 가능성도 높아 보이는 점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 증시의 외국인 비중은 이미 43%에 이른다.
대부분 우량기업을 중심으로 한 투자로 국내 기업경영에 대한 영향력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문제는 이들 외국 자본들이 단기차익을 노린 치고 빠지기식 매매를 반복하거나 무리한 고배당을 요구할 경우 증시는 불안해지고 기업의 투자여력을 갉아먹어 결국 기업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게다가 기업성장에 따른 과실이 고스란히 외국인에게 넘어가는 '국부유출'도 간단히 볼 사안이 아니다.
외국 펀드가 우량기업을 표적으로 잇따라 적대적 M&A에 나설 때의 심각성은 더 크다.
SK와 소버린의 분쟁사례에서 보듯 소버린은 겨우 1천7백억원의 자금투입으로 총매출이 15조원에 이르는 국내 3위의 그룹을 흔들었다.
SK는 경영권 방어를 위해 엄청난 손실을 감수해야 했고 소버린은 막대한 투자차익을 거두었다.
이와 비슷한 일이 언제든 되풀이될 수 있다는 게 문제인 것이다.
이런 부작용을 막으려면 우리 기업 스스로 기업가치를 높여 나가는 수밖에 없다.
부당내부거래 분식회계 등 과거의 행태를 버리고 기업지배구조 개선,경영 투명성 제고,주주중시 경영,수익성 추구 경영을 통해 기업가치가 제대로 평가받아야만 외국 투기자본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음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국내 자본에 대한 역차별도 해소돼야 할 과제다.
외국자본의 국내 기업 M&A는 얼마든지 가능하게 해놓고 국내자본에 대해서는 빗장을 걸어놓은 출자총액제한제도,산업자본의 은행지분 소유제한,금융회사 의결권 제한 등은 하루빨리 시정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