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경제성장률은 외환위기 이후 최저수준으로 떨어졌지만 1인당 국민소득은 오히려 사상 최대인 1만2천달러대로 올라서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통계를 산출하는 기준이 변경돼 부가가치 산출항목이 추가된데다 환율하락으로 달러기준 국민소득이 큰 폭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들이 느끼는 실제 체감경기는 냉랭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교역조건 악화 영향으로 실질 구매력은 1%대 증가에 그쳤고 정보통신(IT)산업 중심의 수출은 호황을 누린 반면 내수는 오히려 침체된 탓이다.



◆ 통계조정에 따른 착시현상


한국은행은 이번 국민계정을 산출하는 기준을 '68SNA(System of National Account)'에서 '93SNA'로 손질했다.


'68SNA'와 '93SNA'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유엔이 각각 68년과 93년에 발표한 국민계정 산출체계다.


이로 인해 군대시설 소프트웨어 사회간접자본(SOC) 등 예전에는 '중간소비' 항목으로 계산하던 대상들이 모두 부가가치 산출에 포함됐다.


이같은 통계기준 개편에 따라 기준연도인 2000년의 명목 GDP는 5백78조7천억원으로 예전 발표 수치(5백22조원)보다 10.9% 확대됐다.


지난해 GDP도 7백21조원으로 불어나 1인당 국민소득이 1만2천달러를 넘어서는데 기여했다.


성장률도 상향조정돼 지난 2000∼2002년 평균 GDP 증가율은 6.4%로 과거의 6.2%에 비해 높아졌다.


특히 2002년은 당초 6.3%에서 7.0%로 높아졌다.


지난해 환율 하락도 달러기준 국민소득을 늘리는데 보탬이 됐다.


원ㆍ달러 환율이 지난해 연 평균 4.7% 떨어진 영향으로 1인당 소득이 달러기준으로 전년 대비 10% 불어난 반면 원화기준 증가율은 4.8%에 그쳤다.


국민소득은 성장률과 달리 물가상승분을 반영하는 것도 증가폭이 상대적으로 더 커진 원인이다.



◆ 국민 체감경기는 '한겨울'


수출 호황에도 불구하고 교역조건은 악화돼 구매력을 나타내는 실질 국민총소득(GNI) 증가폭은 미미했다.


지난해 실질 GNI 증가율은 경제성장률(3.1%)보다 1.3%포인트 낮은 1.8%였다.


이같은 증가율은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 통신기기 등의 단가는 계속 하락한 반면 원유 등 수입원자재 가격은 상승곡선을 그려 교역조건이 지난 한햇동안 2.6% 악화됐기 때문이다.


GDP와 GNI 증가율 격차가 커진 것은 지표상 성장률과 체감경기 사이에 괴리가 커진 것이며, 그만큼 국민들의 구매력도 떨어졌다는 의미다.



◆ 저축률은 다소 호전


지난 2002년 19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던 총저축률은 지난해 상승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국민소득(가처분소득 기준) 대비 총저축률은 32.6%로 전년도(31.3%)에 비해 1.3%포인트 높아졌다.


민간 저축률이 19.5%에서 20.4%로 올랐고 세수가 늘면서 정부 저축률도 11.8%에서 12.2%로 상승했다.


이는 국민들의 저축성향이 호전됐다기보다 소비심리가 위축된 영향이 더 컸기 때문이라고 한은은 분석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