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심각한 내수 부진에 시달려온 자동차와 가전업계는 정부의 특소세 인하 조치를 크게 반기고 있다. 재고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상황에서 대기 수요도 상당히 밀려 있는 만큼 '가뭄의 단비' 역할을 톡톡히 해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신용불량자가 4백만명에 달하고 있는 데다 주요 기업들의 신규 고용도 눈에 띄게 늘어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특소세 인하만으로 전면적인 내수 경기 부양은 어렵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 자동차ㆍ가전 자동차업계는 이번 특소세 인하로 연간 3만대 이상의 판매 증진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배기량이 커질수록 가격 인하 폭이 커 배기량 2천5백cc 이상의 중대형 차들이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대우자판의 심우영 방배영업소장은 "이달 들어 특소세 인하가 공론화되면서 고객들이 차량 구입을 미뤄왔는데 정부가 용단을 내려 다행"이라며 "오늘 하루만 20여명 이상이 차량 구입 상담을 하기 위해 영업소를 다녀갔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LG전자도 반색하기는 마찬가지. LG전자의 경우 그동안 소비를 미뤄왔던 고객들의 대기 수요가 밀려들 것으로 보고 다음달부터 이벤트를 실시할 계획이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특소세 인하폭이 만성적인 내수 침체를 완전히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의 한 관계자는 "단기적인 효과는 있겠지만 예년 수준의 판매를 회복하는 데는 턱없이 부족할 것"이라고 말했다. ◆ 골프채 및 고가제품 이번 특소세 인하폭이 예상보다 작다는 반응이다. 또 특소세 인하분을 소비자가격에 모두 반영할지 아니면 가격을 덜 낮추고 부가서비스를 제공할지 여부를 정하지 못하고 있다. '투어스테이지 V300' 아이언을 판매하고 있는 석교상사 관계자는 "일단 특소세 인하분만큼 가격을 내린다는 방침은 세웠지만 고객들의 반응을 몰라 아직 마케팅 계획을 짜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과 다이아몬드로 고가의 시계를 만드는 로만손과 스위스에 본사를 둔 롤렉스도 다소 심드렁한 분위기다.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고급시계의 경우 대부분 주문 판매 방식으로 생산되기 때문에 대폭적인 가격 인하가 이뤄지지 않으면 효과가 크지 않아서다. 조일훈ㆍ문혜정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