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 과반정당인 한나라당이 23일 박근혜 의원을 새 대표로 선출했다. 한나라당이 사상 최악의 지지율 상황에서 17대 총선을 정면 돌파하기 위해 첫 '여성대표' 카드를 선택한 것이다. 박 신임대표는 비록 임기 3개월의 '총선용 대표'임에도 불구,절체절명의 수렁에 빠진 한나라당호(號)를 구해낼 '잔다르크'로 이목을 집중받게 됐다. 신임 대표는 총선에서 최소한 1백석 안팎의 의석을 얻어 개헌 저지선을 확보해야 리더십을 강화할 수 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여성대표 의미·과제=한나라당이 박근혜 의원을 선택한 이유는 여성대표만이 침몰 직전에 놓인 한나라당을 '순항'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란 위기 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수구 보수층을 대변하는 기존의 이미지를 갖고는 총선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고육책이란 분석도 있다. 실제 한나라당은 지난 12일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안 가결 이후 텃밭인 영남권에서도 지지기반이 크게 흔들리는 최악의 상황에 놓였다. 설상가상 수도권 공천자 일각에서 '탄핵철회론'이 제기되면서 자칫 잘못하면 당이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도 조성되고 있다. 때문에 홍사덕 의원이 한때 유력한 대표후보 물망에 올랐으나 탄핵정국을 주도한 인물이란 부정적 이미지를 극복하지 못했고,대신 박 의원이 대표자리를 차지하게 됐다는 지적이다. 박 대표를 선장으로 맞이한 '한나라당호'는 탄핵정당의 부정적 이미지를 여성 이미지로 탈색시키며 새출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그러나 박 대표는 무엇보다 대표경선 탈락자를 아우르는 작업에 주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어찌됐든 최병렬 전 대표와 홍사덕 의원 등을 끌어안아야 하고 탄핵철회론을 공약으로 내건 김문수 의원을 설득,당이 분열 대신 일사불란한 모습을 보여야 총선에서 선전을 기대할 수 있다는 주문이다. ◆전망=한나라당이 1백석 안팎의 의석을 확보할 경우 원내 2당의 야당으로 자리잡게 된다. 이 경우 박 대표는 6월 전당대회에서 재선될 가능성이 높아지고,차기대권행보에도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각에선 박 대표가 차기당권을 포기하고 1년간 외국에서 머물며 대권주자로 거듭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갈 것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김형배 기자 k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