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기업인 에스텍의 일부 임직원이 적대적 M&A(인수·합병)를 시도하는 기업(동성화학)에 의결권을 위임해 주목된다. M&A대상 기업의 종업원들이 경영권을 넘기는 데 가세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2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동성화학은 경영권 장악을 위해 에스텍 임직원 4백50여명 중 65명으로부터 21.99%의 의결권을 위임받았다. 의결권을 넘긴 임직원 중 상당수는 현 경영진의 능력이 떨어져 회사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동성화학은 또 오는 5월20일까지 에스텍 지분 18.33%(2백만주)를 주당 3천8백10원에 공개매수키로 했다. 동성화학측은 앞서 에스텍의 종전 최대주주였던 인성실업으로부터 장외매입과 전환사채 권리 행사 등을 통해 21.35%의 지분을 확보해둔 상태다. 때문에 공개매수에 성공하면 동성화학측 우호지분은 61.67%에 이르게 된다. 동성화학측은 향후 임시주주총회를 소집,현 경영진을 교체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에스텍은 의결권 위임을 주도한 임직원 5명을 해고하는 동시에 직원 설득 작업에 돌입,경영권 방어에 총력전을 펴고 있다. 일단 올해 정기주주총회에선 동성화학측의 의결권 행사가 제한돼 경영권 방어에 큰 문제는 없다. 하지만 향후 임시주총까지 감안하면 지분을 늘려야 할 상황이다. 현재 김충지 사장(7.48%)을 포함한 특별관계인 지분은 18% 정도다. 경영권을 지키려면 무엇보다 직원 주주들의 설득이 필수적인 셈이다. 회사 관계자는 "자세한 내용을 모른 채 의결권을 위임한 직원이 상당수 되는 것으로 안다"며 "동성화학이 주식담당 임원과 짜고 직원들을 회유하는 비도덕적 방법으로 경영권을 빼앗으려하는 만큼 마음을 바꾸는 직원이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에스텍은 또 동성화학측 지분 가운데 전환사채 전환분(7.33%)에 대해서는 취득과정이 부당하다며 법원에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한편 이날 에스텍 주가는 3천8백50원에 마감,공개매수 사실이 알려진 지난 12일 이후 약 2주새 11% 정도 올랐다. 현 주가가 공개매수가보다 높아 공개매수의 성공 여부도 경영권 향방의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다. 에스텍은 자동차용 스피커를 생산하는 회사로 직원들이 35∼40%의 지분을 갖고 있는 대표적 종업원 지주회사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