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V I P 유치전쟁] 250兆 시장쟁탈 '불꽃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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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등 금융회사들이 2백50조원으로 추정되는 '한국의 백만장자' 시장을 놓고 한판 싸움을 준비하고 있다.
'일반 고객 1백명보다 부자고객 한 명이 더 낫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던 상황에서 '도화선'에 불이 붙었다.
세계 최대의 금융그룹인 씨티그룹이 국내 7위 은행인 한미은행을 인수한게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씨티은행은 프라이빗뱅킹(PBㆍ거액자산가를 대상으로 하는 종합금융서비스) 부문을 주된 타깃으로 삼고 있다.
전세계 1백여개국에 진출한 다국적 금융회사, 총자산 1천3백1조원(2002년말 기준)으로 국내 19개 은행을 다 합친 것보다 많은 메가 금융그룹이 한국 부자고객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이런 만큼 국내 금융회사들의 각오도 남다르다.
대부분 금융회사들은 이제 시작단계인 '부자시장'을 거저 씨티은행에 내줄 수 없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씨티그룹의 최대 강점은 부자고객 마케팅으로 꼽힌다.
이미 씨티은행 서울지점은 12개에 불과한 영업점만으로도 한국 부자시장을 상당부분 잠식하고 있다.
서울 강남의 부자들 2명중 1명은 씨티은행과 거래하고 있다는 말이 나돌 정도다.
국내 은행들은 지점당 수신고가 1천억원 수준에 불과하지만 씨티은행 지점은 5천억원이 넘는다.
한미은행 인수로 전국 2백22개 점포가 늘어날 경우 씨티의 시장점유율은 획기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인적 인프라도 압도적이다.
국내 은행권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PB(프라이빗뱅커ㆍ거액자산가 전담행원) 대부분이 씨티은행 출신이다.
국내 은행 등 금융회사들은 부자 고객을 고스란히 뺏길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으로 싸움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PB분야에서 씨티와 국내 은행의 경쟁력은 프로와 아마추어의 격차보다 크다"면서 "획기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쑥대밭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정태 국민은행장은 "씨티은행이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하기까지 3∼4개월밖에 남지 않았다"며 "대응전략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 국내 은행, PB업무 강화
국내 은행들은 PB 점포망을 대거 늘리고 씨티은행 인력을 스카우트하는 등 총력 대응 태세에 돌입했다.
국민은행은 PB 전용센터인 '골드 앤 와이즈'를 올들어 5개나 신설했으며 PB사업부를 별도의 'PB에셋매니지먼트그룹'으로 독립시켰다.
우리은행은 PB 고객 전담 기능을 갖춘 점포를 올해 43개에서 70개로 늘릴 계획이다.
외환은행은 PB 전용센터인 '글로벌 웰스 매니지먼트센터'를 지금의 3개에서 10개로 늘리기로 했다.
인력 스카우트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국민은행은 작년 말과 올 초 씨티은행 출신의 PB 전문 인력 10명을 스카우트했다.
이 중 일부는 부행장급 임원보다도 많은 수억원의 연봉 계약을 맺었다.
자체 인력 양성에도 열심이다.
외환은행은 현재 1백2명인 PB 인력을 올해 안에 1백20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 차별화된 서비스
거액 자산가를 위해 특별히 고안한 상품들이 줄을 잇고 있다.
저금리 추세로 국내 시장에 대한 매력이 떨어지자 브릭스펀드 등 해외투자 펀드를 앞다퉈 출시하고 있다.
또 '랜드마크 분리과세 사모혼합 락인펀드'(국민은행), '웰스피아'(우리), '웰스익스플로러'(조흥), 'VIP 투자관리신탁'(외환) 등 특화된 PB 전용상품도 내놓았다.
일부 은행은 고객 단 한 사람을 위해 펀드를 따로 만들어 주기도 한다.
부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이색 서비스 개발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유언장을 보관ㆍ집행해 주는가 하면 VIP고객 자녀들끼리 맞선을 보도록 주선하기도 한다.
PB센터에서 무료로 피부관리를 해주고, 미국 유명 병원에 건강진단 투어를 보내주며, 오페라 연극 미술품경매 등 문화행사에 초청하기도 한다.
씨티은행은 미국에서 열리는 전세계 부자고객 자녀모임에 한국 VIP 자녀들을 보내주고 있고 우리은행은 해외 유명 골퍼를 초청해 골프 강습도 시켜주고 있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