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산업 선진화를 위해서는 '생산성 향상'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이는 '저비용ㆍ고효율'을 최대 경쟁력으로 내세우는 해외 건설시장 진출과도 직결되는 문제로 지속적인 생산 시스템의 혁신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국은 정부가 직접 나서 건설혁신 정책을 내놓고 원가 절감과 품질 향상을 독려하고 있다.


이에 비해 국내 건설시장은 보호ㆍ규제로 뒤엉킨 제도, 낙후된 산업구조, 뒤떨어진 기술, 건설 과정의 부패 관행 등 후진적 시스템으로 생산성이 크게 떨어져 있다.


그러나 국내 건설산업도 지난 96년 도입한 '건설사업관리(CMㆍConstruction Management)' 제도를 활성화하고 시장 규모를 넓힌다면 생산성 향상이라는 과제를 풀어나갈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기대하고 있다.



CM은 발주자를 대신해서 건설공사의 원가 절감과 품질 향상을 목표로 '기획ㆍ타당성조사 및 분석ㆍ설계ㆍ조달ㆍ계약ㆍ시공관리ㆍ감리ㆍ평가ㆍ사후관리' 등의 모든 과정을 관리해 주는 선진 기법의 건설기술 용역이다.



◆ 선진국에 훨씬 못미치는 생산성


국내 건설산업의 생산성은 고비용ㆍ저품질 구조로 인해 선진국보다 크게 떨어지고 있다.


실제로 건설 공사비가 미국이나 영국에 비해 30% 이상 높은 실정이다.


공사기간도 고층 아파트나 빌딩의 경우 미국보다 3배 이상 더 걸린다.


미국 뉴욕의 경우 30층짜리 아파트를 짓는데 1년이 채 안걸리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2년반 내지 3년 이상 소요된다.


선진국은 이처럼 생산성이 뛰어난 데도 정부가 직접 나서 원가 절감과 품질 향상을 독려하고 있다.


영국은 공공공사에서 매년 10%의 생산성 향상(사업비 10% 절감, 공기 10% 단축)을 업계에 주문하고 있다.



◆ 국내 CM시행의 현주소


건설교통부는 지난 96년 공공공사의 공사기간 지연, 공사비 증가, 부실공사 등 고질적 병폐를 해결하기 위해 건설산업기본법에 CM을 전격 도입했다.


업계도 CM협회 등을 결성하며 이에 호응했다.


하지만 국내 CM시장의 경우 정부의 의지가 기대치에 못미치는 데다 업계의 이해관계까지 복잡하게 얽혀 제도가 도입된지 7년이 지났지만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예컨대 국내 CM은 건설과정 전부 또는 일부를 관리해 주는 '용역'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시공까지 완전히 맡기는 풀패키지형 CM, 이른바 '시엠엣리스크(CM at risk)형'은 도입되지 않고 있다.


이를 도입할 경우 일반 건설업체들이 CM 업체의 하청업체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며 업계가 반발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국내 CM시장은 '감리용역+α'의 수준으로 축소됐고 대형 건설업체들의 관심 밖으로 벗어났다.


또 건설기술관리법, 국가계약법, 건설사업관리 업무지침 등 관련 법간 업무 범위 규정도 애매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 제도정비 선행돼야


정부는 지난 2001년 CM 운영과 관련한 세부지침을 만들고 시범 발주를 통해 적용 범위를 확대하려 했다.


하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아직도 CM의 업무 범위를 기존 감리용역 수준으로 규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CM의 업무 범위를 선진국 수준으로 과감히 개방해야 할 시점이다.


정부는 무엇보다 CM 활성화를 통해 건설산업의 생산성을 끌어올리겠다는 명확한 목표의식을 가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일반 건설업체와 감리업체 등 관련 업계 눈치보기에서 벗어나야 한다.


CM 관련 건설시장의 확대도 시급하다.


건교부 산하 공기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정부 부처와 자치단체 등이 공공공사를 발주할 때 자발적으로 전문기술을 확보한 CM업체를 활용토록 분위기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


또 CM이 적용되는 공공공사의 경우 국가계약법이나 기존 입찰ㆍ계약제도, 회계제도 등에서 제외시켜 발주자가 프로젝트의 특성에 맞춰 CM을 적용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박영신 기자 ys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