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잠잠했던 부동산 투기광풍이 몰아치면서 서울 용산구 옛 세계일보 터에서 분양 중인 주상복합아파트 '시티파크'가 각종 청약 신기록을 쏟아냈다. 청약증거금은 사상 최고치인 8조원을 넘어섰고, 청약자 수도 30만명 이상으로 역시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때문에 시티파크 청약이 실시된 지난 이틀간 국민들은 "정부의 서슬 퍼런 대책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투기심리는 여전히 살아있었다"며 "부동산 투기는 잡을 수 없는 것인가"라는 자조 섞인 한탄을 쏟아내야 했다. 24일 한미은행에 따르면 23∼24일 이틀간 청약을 받은 '시티파크'에는 30만명 이상이 몰린 것으로 추정됐다.(24일 오후11시 현재) 이같은 청약자 수는 주상복합아파트 분양 사상 가장 많은 것이다. 지금까지 기록된 최대 청약자 수는 잠실 '롯데캐슬 골드'(2002년 말 분양)의 12만4천여명으로 시티파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분양 가구 수가 7백60가구인 점을 고려하면 청약경쟁률은 4백 대 1을 훌쩍 넘어선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청약증거금도 사상 최고치인 8조2천억원 이상 몰린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이전 최고 기록인 서울 자양동 '더 샵 스타시티'의 2조5천억원의 3.2배 규모다. 이번 투기열풍으로 인해 청약 접수 창구인 한미은행의 1백93개 수도권 지점에선 이틀 동안 다른 업무가 마비됐고 청약 신청자들은 짧게는 3시간, 길게는 6시간 이상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다. 한미은행 관계자는 "온 나라가 이틀 동안 시티파크 투기광풍에 휩싸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며 "투자처를 찾아 발빠르게 움직이는 돈의 속성을 여실히 보여줬다"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가 부동산 투기를 강력하게 억제하고 있는 데도 불구하고 이처럼 투기광풍이 몰아친 것은 넘쳐나는 시중 부동자금이 마땅히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한편 시공사와 한미은행은 청약열기 확산을 우려해 청약경쟁률을 공식적으로는 발표하지 않기로 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