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매각 장기화 가능성.. 채권단 "란싱 못믿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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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자동차 채권단이 중국 란싱그룹의 우선협상자 지위를 박탈,매각작업이 원점으로 되돌아가게 됐다.
그러나 채권단이 2차 우선협상자와 재협상 여부는 미지수라고 밝혀 란싱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있을 경우 재협상에 대한 실낱 같은 가능성은 남아있다.
쌍용차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24일 "란싱그룹이 가격조건의 명확한 제시 등 채권단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매각주간사인 삼일PwC를 통해 전달했다"며 "이에 따라 란싱에 대한 우선협상대상 자격을 박탈키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조만간 주채권 은행인 조흥은행을 중심으로 대책회의를 연 뒤 후속 방안을 밝힐 것으로 전해졌다.
◆매각 무산 이유는
채권단은 란싱이 채권단의 입찰제안서 보완요구를 거부한 만큼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해제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채권단은 지난 16일 란싱측이 제출한 최종 입찰제안서에 대해 △인수가격이 상하범위를 두고 있어 명확하지 않은 만큼 보다 분명하게 확정된 가격을 제시하고 △양해각서에서 약속된 중국정부의 투자승인과 관련한 중국 정부기관의 보증공문(Support Letter)을 30일까지 제출할 것을 란싱측에 요구했었다.
란싱측은 이에 대해 두 가지 사항 모두 수용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실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 만큼 가격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기 어려우며 투자보증서 역시 중국정부 실사단까지 방문한 현 상황에서 서포트 레터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채권단은 협상이 계속되기를 바라지만 란싱측의 입장이 확인된다면 란싱측에 부여된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해제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2차 우선협상대상자와 새로운 협상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2차 우선협상대상자로는 중국상하이기차공업집단공사(SAIC)가 거론되고 있다.
◆본협상 앞둔 심리전 시각도
반면 일부에선 채권단의 전격적인 우선협상 자격 박탈이 란싱을 압박하기 위한 고도의 심리전이 아니냐는 분석을 제기하고 있다.
란싱도 이날 외신에서 쌍용차 인수를 포기하기로 결정했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 이를 공식 부인하는 등 양측 모두 매각 협상의 핵심인 인수가격에서 보다 유리한 조건을 받아내기 위해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우선협상대상자로서 란싱과의 협상기간은 이달 말까지로 아직 시한이 남아 있어 란싱의 태도변화에 따라 인수협상의 재개 가능성도 남아 있지 않느냐는 해석도 가능하다는 것.여기에다 채권단도 2차 우선협상대상자와의 협상 여부는 미지수라고 밝혀 여운을 남겨두고 있다.
어쨌든 현재로선 양측의 의견차가 커 협상이 예정대로 진행되기 어려울 전망이어서 쌍용차 매각은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란싱측이 단기간 내에 입장을 번복할 가능성이 크지 않은 데다 채권단으로서도 더 높은 가격을 받을 수만 있다면 2차 우선협상대상자 쪽으로 방향을 돌리는 것이 유리하다며 강경한 자세를 굽히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