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여를 끌어왔던 쌍용차 매각이 결국 무산됨에 따라 쌍용차의 '주인찾기 작업'은 원점으로 되돌아가게 됐다. 채권단은 성급한 매각 재추진은 일단 보류하고 매각 전략을 가다듬을 계획이라고 밝혀 쌍용차 매각작업은 적어도 3개월 이상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또 독자생존을 요구하며 란싱의 인수작업에 일정부분 제동을 건 노조 입장도 변수로 남아있는 데다 임단협까지 앞두고 있어 원활한 매각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채권단 "압박 묵과 않겠다" 채권단은 란싱이 입찰제안서 보완요구를 거부한 만큼 절차상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기업 인수합병이 쌍방의 미묘한 줄다리기와 고도의 심리전으로 진행되는 것을 감안하면 이번 결정은 상당히 전격적이라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앞으로도 우선협상대상자로서의 우월적 지위를 남용,채권단을 압박하는 것을 묵과하지 않겠다는 신호가 아니겠느냐는 분석이다. 채권단의 전격적인 결정 배경에는 인수가격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당초 채권단은 대략적인 매각대금으로 1주당 최소 1만원이상으로 책정하고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합해 6억∼7억달러를 기대했지만 란싱측의 제시범위는 이보다 15%이상 낮은 5억달러선이었다는 것. 게다가 란싱이 국영기업의 인수라는 중국정부의 일방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성장한 만큼 중국정부의 투자보증 확약이라는 안전장치는 필수적이라는 게 채권단의 입장이었다. 란싱은 채권단의 이번 결정에 대해 입찰제안서 보완은 거부했지만 이것이 인수 포기를 뜻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또 우선협상대상자라는 배타적 지위를 상실했지만 채권단이 재입찰 결정을 내릴 경우 다시 참여할 수도 있다. ◆"매각 서두르지 않을 터" 채권단이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은 △2차 우선협상대상자와 협상에 나서거나 △인수의사가 있는 7∼8개 업체중 가능성이 높은 3∼4곳을 골라 재입찰을 실시하거나 △인수작업을 처음으로 다시 시작하는 등 크게 3가지. 2차 우선협상대상자로는 중국 상하이기차공업집단공사(SAIC)가 거론되고 있지만 즉각적인 협상에 나설 경우 란싱의 사례처럼 끌려다닐 수 있다는 부담이 커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채권단도 시간에 쫓겨 매각을 성급히 추진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다만 어느 경우라도 쌍용차 처리방향에 대한 새로운 윤곽은 상반기를 넘어야 드러날 것으로 보여 이 기간 기업가치의 하락에 따른 채권단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쌍용차로서도 신차개발 등 중장기 계획이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어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일부에서는 포드의 인수포기로 대우차 매각이 장기표류하면서 기업가치가 크게 떨어지고 GM에 헐값에 매각된 전철을 밟는게 아니냐는 우려섞인 시각도 나오고 있다. 이심기·조재길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