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는 중앙행정부와 공기업 등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근로자 23만4천여명 가운데 10만명을 정규직화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으나 재경부 등 관계부처에서 거세게 반발, 앞으로 부처협의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노동부가 제시한 정규직화 대상 주요 업종은 학교조리종사원(4만1천명) 환경미화원(2만1천명) 상시위탁집배원(4천명) 등이다. 정규직화는 정년을 두거나 자동으로 고용계약이 갱신되는 방식으로 이뤄지며 공무원 신분으로 전환되는 것은 아니다. 노동부는 지난 23일 '공공부문 비정규직' 관계장관회의에서 이같은 방안을 보고했다. 노동부는 또 한시적으로 활용하는 업무 종사자에 대해서는 비정규직으로 운영하되 정규 공무원의 60% 가량인 평균급여 수준을 직종에 따라 최고 80% 이상까지 인상해 주기로 하는 등 처우를 개선키로 했다. 노동부는 이와함께 향후 공공부문에서 근로자 채용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업무를 명확히 구분하고 비정규직 채용시 차별적 처우를 금지토록 공공부문 인력운용 기본원칙을 수립하는 한편 정규직 등 공공부문 인력 전체에 대한 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추진실적을 각 부처 평가에 반영키로 했다. 그러나 재경부 등 관련부처에서 이럴 경우 민간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하는 바람에 노동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개선안에 대한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헌재 재경부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하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처우를 개선하는 것은 민간부문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며 노동부안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경부 박병원 차관보도 "공무원들이 민간부문의 부담을 생각하지 않고 좋은 것을 먼저 챙기면 부작용이 많을 것"이라며 "민간부문과 형평을 맞춰 정규직 전환문제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덕수 국무조정실장은 "관계장관회의에서는 논의만 무성했고 아무런 결론이 나지 않았다"며 "당초 이달 안에 확정지으려 했으나 정부 결정이 민간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큰 만큼 수차례 더 회의를 가진 후 최종안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참석자중 노동부장관을 제외한 모든 부처장관들이 10만명 정규직화 추진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책회의에는 이 부총리를 비롯 안병영 교육부총리, 진대제 정통부장관, 박정규 청와대민정수석 등이 참석했다. 노동계와 경영계 역시 모두 정부방침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국노총은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지 않는 것은 또다른 저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는 얄팍한 수를 쓰지 말고 정규직을 비정규직화하려는 흐름부터 차단하라"고 말했다. 기업들은 비정규직 근로자 규모가 6백여만명으로 추산되는 상황에서 일시에 정규직화할 경우 인건비 상승 등을 견디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윤기설 노동전문ㆍ정종호 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