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데스크] 꼬여가는 비정규직대책 ..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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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고건 대통령 권한대행 주재로 열린 공공부문 비정규직대책 관계장관회의 결과는 비정규직을 바라보는 현정부 각 장관들의 생각 차이를 그대로 드러냈다.
이날 주요 안건은 공공부문에 종사하는 비정규직근로자 23만4천여명중 초.중.고등교 조리종사원 환경미화원 상시위탁집배원 사무보조원등 10만명에 대해 정규직에 준해 처우를 개선해주자는 것.주무부처인 김대환 노동장관이 대책을 보고하자 마자 다른 부처 장관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듯 일제히 김장관을 향해 집중포화를 쏟아냈다.
무엇보다 노동부의 대책이 경제논리에 어긋난다는 논리다.
비정규직의 처우개선은 올바른 방향이지만 예산이 많이 소요되는데다 노동시장 유연성에도 역행해 경제의 발목을 잡을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민간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기때문에 섣불리 도입했다간 더큰 부작용을 보일수 있다는 것도 반대이유의 하나였다.
민주노총 이수호위원장은 정부의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이라도 하듯 대책회의 다음날인 24일 기자들과 만나 "정부의 비정규직 대책이 의미있는 것으로 판단될 경우 이를 민간기업도 채택할 수 있도록 단협지침으로 내려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비정규직대책 공격의 최선봉에는 이헌재 재경부총리가 섰고 고건 대통령권한대행과 안병영 교육부총리,허성관 행정자치,진대제 정보통신,김병일 기획예산처장관,한덕수 국무조정실장등 참석자들이 일제히 응원군으로 나서 한마디씩 거들었다.
박정규 청와대 민정수석도 "용역 근로자들한테 까지도 이런 대우를 해줘야 하나"라며 문제를 제기했다고 한다.
비정규직 보호를 주장한 김 노동은 왕따를 당한 꼴이 되고 말았다.
총리,부총리와 각부 장관들이 스크럼을 짜고 김노동을 포위공격한 형국이라고나 할까.
이렇게 볼때 현재의 내각은 "분배와 정의"를 중시했던 1기 내각과는 달리 시장중심의 내각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그러나 언뜻 보더라도 뭔가 좀 이상하다는 느낌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사회적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며 비정규직 해결을 국정운영의 중요한 과제로 삼고 있는 참여정부의 장관회의에서,그것도 총리에서부터 청와대 비서관들까지 비정규직 문제를 "찬밥"처럼 여긴것을 보면 머리가 갸우뚱해 진다.
아마도 그 답은 노 대통령의 공백에서 찾을수 있을 것이다.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친노(親勞)성향의 노 대통령이 자리를 비운 사이 경제부처장관들이 시장논리에 따라 자기소신을 펼쳤다는 얘기이다.
사실 참여 정부들어 외국인 근로자 고용허가제와 주5일 근무제 등 굵직굵직한 노동법안들이 국회를 통과한 건 노 대통령의 작품으로 볼 수 있다.
"노 대통령이 탄핵만 당하지 않았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는 한 노동부 직원의 하소연은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그러나 과연 노동부의 주장대로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조치들이 이뤄졌다고 해서 비정규직이 단번에 보호되는 것일까.
오히려 노동시장만 경색돼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실업자로 전락하게 되는 건 아닐까.
우리의 고민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정부의 "비정규직 10만명 정규직화 추진"계획이 25일 각 언론매체를 통해 보도된후 노동부에는 "합의가 안된 사안을 갖고 그렇게 언론플레이 해도 되느냐"는 항의전화가 청와대 국무총리실 재경부등으로부터 빗발쳤다.
이헌재장관은 "모든 책임 다 뒤집어 쓰게 됐다"며 김대환 장관에게 강하게 불만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뚜렷한 해결책이 없는 비정규직문제는 앞으로도 부처간,노사간 다툼을 불러일으키며 참여정부 내내 골치덩어리로 남을 게 틀림없어 보인인다.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