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기업유치' 발벗고 뛴다] (5) 경기도-민간기업 '합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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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일본 스미토모화학이 한국의 생산설비를 늘리기 위해 공장 부지를 물색하고 있다는 정보가 경기도에 입수됐다.
스미토모는 5억달러를 신규투자해서 당시 4만5천평 규모의 TFT-LCD 핵심부품인 컬러필터와 편광필름 공장을 증설, 한국의 공장 규모를 총 9만평으로 확충한다는 것.
손학규 지사는 즉시 일본 스미토모화학 본사를 방문, 나카모토 마사미 부회장을 만나 "경기도에 투자를 하면 평택 포승산업단지에 있는 도 소유 외국인 임대단지를 제공하겠다"고 제안했다.
기존 공장이 있는 포승단지에서 부지를 구하지 못해 고심하던 스미토모는 그 자리에서 투자의향서(MOU)에 사인했다.
일사천리로 풀려나가던 투자유치가 한달후 예상치못했던 장애에 부딪혔다.
스미토모측은 "외국인 임대단지는 평택 포승단지에 있는 기존 공장과 너무 떨어져 있어 전력공급시설 식당 등을 다시 갖추려면 2백억원 이상이 들어간다"며 "기존 공장 바로 앞에 있는 (주)농심 소유의 부지를 매입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경기도는 이에 투자유치 실무공무원들로 '농심설득팀'을 만들었다.
경기도 국ㆍ과장들은 15차례나 농심 본사를 방문했다.
손 지사 자신도 농심 경영진에 닿을 수 있는 여러 채널을 가동하는 등 전방위 노력을 펼쳤다.
경기도는 스미토모가 절실히 필요로 하는 농심부지와 경기도 소유 외국인 임대부지를 맞바꾸는 방안을 제안했다.
경기도는 "모처럼 일본기업이 5억달러나 투자하려는데 부지 문제로 증설이 늦어지면 삼성 등에 납품이 지연되고 그러면 삼성의 수출에도 지장이 생길수 있는 등 연쇄파장이 우려된다"며 "경제살리기 협조차원에서 협조해 달라"고 통사정을 했다.
경기도의 '읍소'에 가까운 설득에 농심은 마침내 작년 11월 땅을 맞바꿔 주기로 결정했다.
농심측 관계자는 "우리도 제조업을 하고 있는 입장에서 제조업공동화의 심각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국가경제에 일조를 하는 차원에서 맞교환에 응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경기도가 갖고 있는 포승 외국인임대단지의 4만5천평을 농심측에 건네고 농심소유 땅엔 스미토모가 공장을 지을 수 있게 됐다.
땅 맞교환 과정에서 정부도 스미토모의 땅 매입에 추징되는 지방세 13억원을 감면해 주는 근거법을 마련하는 등 제도적인 뒷받침을 해줬다.
경기도 공무원들의 '기업모시기'에 힘입어 증설프로젝트를 무사히 추진한 스미토모는 지난 2월16일 투자유치단을 이끌고 일본을 방문한 손학규 지사에게 그룹 회장 이름으로 감사패를 받았다.
스미토모화학그룹 나카모토 마사미 부회장은 "1913년 창업이후 이처럼 열성적으로 행정기관의 도움을 받아보기는 경기도가 처음"이라며 손 지사를 추켜세웠다.
스미토모화학은 5억달러를 연차적으로 투자해 국내 법인인 동우화인켐, 동우STI, 동우공학필름 등 3개 법인의 증설에 착수했다.
이 투자로 국내엔 연간 5천억달러의 수입대체 효과가 발생하고 약 1천명의 신규고용 창출이 기대된다.
황성태 경기도청 투자진흥과장은 "이번 스미토모의 추가 투자 성사는 외자유치에 정부와 지방단체 뿐만 아니라 민간기업까지 협조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스미토모 그룹은 일본 6위 기업으로 컴퓨터 TV수상기 등에 쓰이는 TFT-LCD 핵심부품을 생산하며 세계 LCD완제품 시장을 50%정도 점유하고 있다
김후진 기자 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