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親)시장(기업)으로의 선회인가, '일자리'를 해결하기 위한 일시적 기업규제정책 후퇴인가.


정부가 '투자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이라는 올해 경제운용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기업인들의 투자 의욕을 끌어낼 만한 정책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그 '배경'이 주목을 모으고 있다.


특히 지난달 이헌재 경제부총리가 취임한 이후 '코드'를 중시했던 전임 경제팀에서 주저했던 출자총액제한 등 대기업 관련 규제들도 과감하게 손대면서 정부 내부와 재계로부터 찬반의 복잡한 반응이 감지되고 있다.



◆ '문어발'에서 '꺾꽂이'로


재정경제부는 25일 경제장관간담회 이후 발표한 '고용창출형 창업투자 활성화방안' 보도자료에서 색다른 주장을 내놓았다.


"나무를 키울 때 씨앗을 심는 방식만 고집할 필요가 없으며 꺾꽂이, 접목 등의 방법이 휠씬 능률적이다"는 대목이 그것이다.


재경부는 "(기업 분사를) 문어발식 경영처럼 부정적으로 보아서는 안된다"는 표현도 덧붙였다.


분사를 규제측면에서만 보지 말고 경제에 안정적 성장·고용을 가져올 수 있는 수단으로 봐야 한다는 얘기다.


이런 맥락에서인지 이날 정부가 내놓은 대책에는 창업기업 세제ㆍ금융지원 외에도 대기업 관련 규제완화방안들이 적지 않게 포함됐다.


출자총액제한제도(자산 5조원이상 그룹 소속 계열사는 순자산의 25% 이상을 다른 회사에 출자할 수 없도록 금지한 규제)의 예외인정 대상을 신규 산업 4개 업종에서 6월부터 10대 차세대 신성장동력 산업분야로 넓히기로 한게 대표적인 예다.


이렇게 되면 KT나 SK텔레콤같은 통신업체도 방송산업(디지털TV/방송)에 진출할 수 있게 된다.


이밖에 신산업 출자분을 예외인정할 때 매출액 요건(신산업분야에서 나온 매출이 50%이상 이어야 예외출자로 인정)을 연내에 30%로 낮추고 창업시에는 2년 동안 아예 매출액 요건을 제시하지 않기로 했다.


분사 창업의 경우 3년(지금은 2년)동안 모기업에서 지원 받아도 부당거래 여부를 조사하지 않기로 한 조치도 눈길을 끈다.



◆ 재계와의 대화창구 확대


정부는 또 재경부 국장급 간부를 전국경제인연합회에 파견, 상시적인 대화 채널을 구축하기로 했다.


전경련에서 가끔씩 들려오는 제도개선 사항 등의 목소리를 재경부 간부를 직접 상주시켜 수집, 소화하게 하겠다는 것.


신제윤 재경부 금융정책과장이 이번주내 전경련에 파견될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는 새 경제팀의 이같은 발빠른 '접근'을 반기는 모습이다.


양금승 전경련 기업정책팀장은 "경제팀이 실물을 강조하고 재계와 호흡을 같이하겠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정부 내부에서는 이헌재 부총리가 집무실에 '기업부민(起業富民ㆍ산업을 일으켜 백성을 부유하게 만든다)' 휘호를 걸어놓고 취임 후 각종 기업관련 정책을 바꿔나가고 있는데 대해 엇갈리는 반응이 나온다.


재경부 관계자는 "대기업 중소기업을 가리지 않고 투자의욕을 부추기는게 급선무"라며 "원칙을 갖고 일을 추진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정부 부처와의 합의를 통해 나온 투자활성화 방안들인 만큼 평가할 내용이 없다"면서도 "투자촉진책은 앞으로도 시장개혁 3개년 계획의 기본틀안에서 이뤄질 것"이라며 지나친 규제완화를 경계했다.



박수진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