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실업이나 내수 불황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면 저절로 해소됩니다." 민간 기업인 출신으로는 처음 규제개혁위원회 사령탑을 맡은 박종규 위원장은 25일 취임 일성으로 자유로운 기업활동을 보장하는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해운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그는 "피규제자의 입장에서 각종 규제를 전면 재검토해 달라는 정부의 요청을 받아들여 위원장직을 수락했다"며 "여러모로 어려운 경제여건에서 중책을 맡아 어깨가 무겁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사람이든 기업이든 자유로운 경제활동이 보장돼야 성장률이 올라가고 새로운 일자리가 생긴다"며 "기업활동의 투명성 보장을 전제로 불필요한 기업규제들은 대폭 손질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업 투자확대의 최대 걸림돌로 지목되고 있는 출자총액제한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없애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정부 실무자들의 의견을 들어본 뒤 검토할 사안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제도의 현실적 존속 필요성을 따져본 뒤 필요하다면 단계적으로 완화하는 방법도 생각해 보겠다고 덧붙였다. 박 위원장은 "정부가 그동안 수백, 수천건의 규제를 완화했다고 하는데도 국민들이 이를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것은 각종 변칙적인 규제들이 판을 치고 있기 때문"이라며 "경제문제뿐만 아니라 환경 보건 안전 등의 문제에도 강도 높은 개선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이와 함께 기업과 국민 입장에서 기존 규제의 존속 여부를 재검토하되 일단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규제는 반드시 지켜지도록 벌칙 규정을 대폭 강화하는 방안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해운업계의 고질적 관행이던 '리베이트'(뒷돈)를 없애 국내 해운업계에서 투명경영의 전도사로 불린다. 2세가 아닌 전문경영인에게 회사를 물려줘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박 위원장이 1969년 말 설립한 KSS해운은 유독성 화학 화물을 30여년간 거의 독보적으로 수송해온, 작지만 탄탄한 회사다. 그는 1993년 노사평화와 투명경영 정착을 위해 '바른경제동인회'란 모임을 만들어 초대 이사장을 맡기도 했다. 이 단체에는 박 위원장의 취지에 공감하는 2백여명의 기업인들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