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kim@dwe.co.kr 에콜 폴리테크닉은 1794년 개교 이래 2백여년 동안 프랑스 정치,경제,문화계의 수많은 지도자들을 배출해온 명문대학이다. 1789년 7월 4일 프랑스 대혁명을 주도했던 시민혁명의 주체들이 2년 뒤 한림원을 설립했고,이곳에 소속된 당대의 권위 있는 학자들이 나라에 필요한 인재 양성을 목표로 영재교육을 위한 특수학교를 설립한 것이 에콜 폴리테크닉이다. 프랑스의 우수한 어린이들이 1만6천대 1이라는 좁은 문을 통과해야만 이 학교에 입학할 수 있다. 사관학교는 아니지만 형식적인 군대제도를 갖추고 있어 사관학교처럼 교육을 받는다. '조국,과학,영광을 위하여'라는 설립 이념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으며,졸업 후 5년까지 국가기관에 봉사해야 할 의무를 진다. 민주주의를 꽃피우고 평등을 주창했던 시민혁명 세력에 의해 대표적 불평등기관이라 할 수 있는 엘리트 학교가 설립된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라 할 수 있지만,프랑스를 이끄는 수 많은 인재가 이 학교 출신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교육의 하향평준화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는 우리에게 프랑스의 에콜 폴리테크닉은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과열된 입시경쟁 등 왜곡된 교육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도입된 평준화정책은 그 나름의 긍정적인 측면도 많지만,우수한 인재들의 질적 수준을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재검토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회의 발전은 소수의 우수한 리더에 의해 이루어지는데,하향평준화로 리더 역할을 해야 할 엘리트 집단의 육성이 힘들어지고 이는 결국 국가경쟁력의 약화로 이어진다는 우려에서다. 집을 짓기 위해서는 벽돌이나 목재도 필요하고 잡석도 필요하다. 그러나 대들보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 대들보로 쓸 수 있는 재목은 많지 않지만 꼭 필요하기 때문에 반드시 준비를 해야만 집을 지을 수가 있다. 교육문제는 민족과 국가의 미래를 좌우한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명확한 방향과 목표를 바탕으로 정책이 수립되고 시행되어야 한다. 시행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부 부작용과 마찰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은 해야 하지만 이를 피하기 위한 임시방편이나 정책,제도를 만들어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이 때문에 교육의 근간이 흔들리고 나라의 장래가 훼손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일찍부터 나라의 대들보를 준비해 온 에콜 폴리테크닉 등 프랑스의 선견지명이 아쉽고 부러운 것은 나만의 욕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