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졸 청소부로 시작해서 세계 최대의 중장비 회사 수석경영자로 성공한 남자. 가난한 광부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특별한 기술도 없고 빽도 없고 '정치'에 능하지도 못했지만 꿈에 그리던 CEO가 됐다. 'CEO가 된 청소부'(제임스 데스페인 외 지음, 이은정 옮김, 거름, 1만3천원)는 저자의 자전적 경영 회고록이자 신화적인 리더십의 체험적 바이블이다. 데스페인이 꿈을 일군 회사는 캐터필러. 2차대전 때 패튼 장군이 "탱크와 캐터필러사의 불도저 중에 골라야 한다면 언제든지 캐터필러 불도저를 택하겠다"고 말해 더욱 유명해진 회사다. 그는 공장 청소부로 빗자루와 대걸레 하나씩을 들고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처음엔 '시키는 일만 제대로 해내자'는게 그의 신념이었다. 성실함을 인정받아 물탱크 담당으로 한단계 '승진'한 뒤 그는 엔진블록 부서로 '영전'했다. 눈썰미가 있어서 기계 작동과 생산성 제고의 비밀을 금방 알아냈다. 남보다 많이 생산하고 이를 목표미달자에게 채워주는 방식으로 그는 '초과생산으로 일자리를 뺏길까봐 걱정'하는 동료들과의 관계를 조율하면서 남다른 능력을 발휘한다. 급한 납품건이 생기자 그는 괴력을 발휘해 최고 속도로 부품을 완성해 놓고 칭찬을 기다렸다. 그러나 이게 웬 일인가. 그의 제품은 1인치에서 0.025가 부족했고 그는 해고됐다. 1년 넘게 방황하던 그는 다시 일어나 라인 조장과 감독관 공장장 등을 거쳤고 일본ㆍ멕시코 등 해외지사를 맡게 됐으며 부사장에 이어 불도저 사업부 전체를 총괄하는 최고경영자가 됐다. 이 과정에서는 그는 비용절감이나 마케팅 전략보다 직원들을 한마음으로 일할 수 있도록 만드는게 가장 큰 힘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는 수많은 토론을 거쳐 전직원들이 동의하는 9개의 공동 가치관을 개발했다. 그 9가지 가치관을 집에 비유하자면 이렇다. 먼저 '신뢰'와 '상호존중'이라는 주춧돌 위에서 '팀워크'와 '권한위임' '리스크 부담' '위기의식'의 기둥을 세운다. 그러면 '지속적인 향상'과 '약속'의 지붕위로 '고객만족'의 가치가 빛나게 된다. 여기에서 만족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현명한 리더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하나의 빛을 더 발견한다. 그것이 바로 통일된 가치관에 기반한 리더십 가이드 7계명이다. 이 책이 교과서적인 리더십 덕목을 나열하는 것만은 아니다. 어린 시절 광산촌의 냉엄한 현실에서 배운 생존방법 등 저자가 피와 땀으로 체득한 교훈이 '정보'와 '감동'의 수레바퀴를 타고 진솔하게 다가온다. 높은 자리에 오른 뒤에도 그의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았던 것은 아버지로부터 배운 삶의 지혜와 '성실한 여정'의 소중함을 늘 기억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은 수직상승의 리더십 신화뿐만 아니라 개인의 꿈과 사람 사이의 온기를 전하는 수평적 공감대까지 확보하고 있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