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란 무엇인가. 왜 인간은 돈에 집착하는가. 돈이 유통되는 자본시장과 실물경제를 모니터하는 일이 본업인 필자도 가끔씩 이런 물음을 던져보곤 한다. 그때마다 스스로 만족할 만한 답을 찾지 못했다. 뭔가를 고민하고 있을 때, 우연히 발견하는 실마리는 언제나 반갑다. 바로 '돈 그 영혼과 진실'(버나드 리테어 지음, 강남규 옮김, 참솔, 2만4천원)과의 만남이었다. 경제학의 화폐금융론이나 경영학의 투자이론으로 도저히 풀 수 없었던 돈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풀어주는 실마리를 찾았기 때문이다. 경제학이나 경영학에서 인간은 이기적이고 고립된 존재로 등장한다. 효용을 극대화하고 제한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려는 '생각하는 동물' 정도로 그려지고 있다. 이론이 전개과정을 거치다 보면, 어느 사이에 효용은 소비의 질이 아닌 양에 따라 결정되는 것으로 더욱 축소된다. 처음부터 인간은 이런 존재였을까. 그렇지 않다면, 왜 이렇게 변했을까. 세계적인 금융전문가 버나드 리테어는 통념이 된 이런 가정을 뒤집기 위해 돈의 영혼과 진실을 찾아나선다. 그는 출발점에서 심리학자 칼 융의 말을 인용한다. "인간이 의식적으로 인식하고 선택할 수 없는 것은 숙명으로 비쳐진다." 현대사회에서 돈에 대한 감정은 사실상 본능이기 때문에 우리는 이것을 숙명으로 받아들이지만, 돈은 '사회 구성원이 가지고 있는 집단적 무의식의 반영'일 뿐이라고 그는 선언한다. 따라서 집단 무의식을 추적하면 인간이 언제부터 왜 돈에 집착하게 되었는지 알 수 있다고 한다. 무의식을 탐험하기 위해 칼 융의 원형심리학을 동원하며 돈의 영혼과 진실을 햇빛 아래로 이끌어낸다. 본디 돈은 인간의 무의식에 자리잡은 여성적 성격의 대명사 '위대한 어머니'와 연결되어 있다. 위대한 어머니는 중세 말 암흑기를 거치면서 수세기 동안 억압받고 있으며 이 현상은 그녀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화폐시스템에도 영향을 미쳤다. 인간의 심리적 원형은 억압받으면 일그러진 모습(그림자)으로 드러난다. 억압받은 위대한 어머니는 '탐욕'과 '빈곤에 대한 두려움'이라는 그림자로 나타나는데, 바로 이 두 그림자가 현대사회, 현대 금융 시스템의 성격이라고 말한다. 즉 극단적으로 여성을 억압한 중세 말의 마녀사냥과 근대사회를 거치면서 인간은 탐욕과 빈곤에 대한 두려움에 찌든 나머지 돈! 돈! 돈! 외치며 일상을 보낸다는 결론이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지은이는 동서양과 고대-중세-현대를 넘나들며 신화의 세계를 여행한다. 또 시대별로 집단 무의식을 추적해 그 시대의 돈에 대한 관념을 살피고 현대인의 돈에 대한 이상적인 태도를 설명한다. 인간을 돈버는 기계쯤으로 취급하는 재테크서적이 범람하는 요즘, 신화ㆍ역사 속의 인물을 만나보는 즐거움까지 주면서, 돈에 대한 여러 기본적 의문에 해답을 주는 흥미로운 책이다. 이종우 < 한화증권 리서치센터 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