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기아 매일 3만명 먹여 살리는 '성호정 송학식품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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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지독히도 가난하게 자란 한 기업인이 국수왕이 돼 하루에 약 3만명의 해외 기아들을 공짜로 먹여 살리고 있다.
경기도 파주에 있는 송학식품의 성호정 회장(59).
그가 일궈낸 송학식품은 전국에 국수를 공급하는 국내 굴지의 국수업체일 뿐 아니라 미국 일본 동남아 등 17개국에도 수출한다.
그에게 국수는 단지 배를 채우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희망'이다.
어릴 적 자주 굶다보니 국수라도 먹는 날에는 희망이 용솟음쳤기 때문이다.
그런 인연으로 국수는 그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자 평생을 바쳐온 사업이 됐다.
그는 재작년부터 북한에, 그리고 작년부터 동티모르에 국수를 공급하고 있다.
약 3만명이 먹을 수 있는 분량이다.
현지인이나 교포에게 국수제조법을 가르치고 국수기계를 보낸 뒤 정기적으로 밀가루를 무상 공급하는 방식이다.
올 상반기 중 몽골과 볼리비아에도 하루 1만여명이 먹을 수 있도록 기계와 밀가루를 보낼 예정이다.
성 회장은 국내 1백30개 고아원과 복지시설에도 국수를 무상 공급하고 있다.
"가끔 직원들이나 친척들로부터 타박을 듣기도 합니다. 기업인이 돈버는데 신경쓰지 않고 퍼주기만 한다고. 하지만 배고픔을 뼈저리게 경험했던 저로서는 가만히 있을 수가 없습니다."
성 회장은 부산에서 국수 공장을 하는 부친을 돕던 어린 시절 공장매매 문제로 3년간 소송에 휘말리면서 부친의 사업이 망하게 되자 온가족이 도망치듯 서울로 올라왔다.
1966년 그가 겨우 스무살을 넘긴 때의 일이다.
"용산 전자상가 근처 판잣집 단칸방은 여덟 식구가 모두 자기엔 너무 비좁았습니다.
그래서 집앞 풀밭에서 자곤 했지요."
6남매 중 장남인 성 회장은 낡은 기계로 만든 뻥튀기 과자를 자전거에 싣고 인천 수원 등지로 팔러 다녔다.
하지만 국수사업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 없었다.
스물 네 살이 되던 1969년.전재산을 팔아 국수기계를 한 대 사서 사업을 시작했다.
"당시 추운 곳에서 자던 제게 누군가 미군 야전잠바를 덮어주고 간 일이 있었습니다. 그 때 결심했지요. 돈을 벌면 절망에 빠진 이들에게 희망을 주겠다고."
이후 성 회장은 국수면과 떡국떡, 떡볶이떡을 만드는 중견기업을 키워냈다.
그는 "이제 희망을 나눠줄 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