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항공업계가 오랜 불황에서 벗어나 힘찬 비상(飛翔)을 준비하고 있다.


고유가 테러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등 잇따른 악재에도 불구하고 올해 세계 항공업계는 5년만에 처음으로 흑자를 거둘 전망이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지오반니 비시그나니 사무총장은 26일 "전세계적인 경기 회복으로 항공기 승객이 증가하면서 올해 항공업계는 24억달러의 흑자를 거둘 전망"이라며 이같이 분석했다.


세계 항공업계는 9ㆍ11 테러와 이라크전쟁, 유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지난 2000년 이후 3백억달러에 달하는 누적 적자에 시달려 왔다.



비시그나니 총장은 "테러 유가 등 변수가 많지만 수년간의 구조조정을 통해 몸집을 줄여온 항공사들은 이같은 악재를 슬기롭게 극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항공업계 날개 달았다 =항공업계의 '낙관적 분위기'는 개선된 운송 실적이 잘 대변해 준다.


지난 1월 세계 항공사들의 여객운송 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9%, 화물운송은 11.2%나 늘었다.


특히 영업 마진율이 높은 화물운송 부문은 전문가들의 예상치(4.4%)를 크게 뛰어넘어 향후 전망을 더욱 밝게 했다.


아메리칸에어라인 유나이티드 델타 등 적자에 허덕여온 미국내 6대 항공사들은 '슬림화'에도 성공, 올해는 흑자 전환을 꿈꾸고 있다.


이들 항공사 노사는 회사를 구한다는 차원에서 인력 구조조정과 임금동결, 불필요한 자산매각 등을 적극 추진 중이다.


덕분에 아메리칸에어라인 등 항공사 주가는 올들어 30% 이상 급등세를 보이며 불황 탈출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존 하임리크 미 항공운송협회 수석연구원은 "항공업계는 수년전부터 연료 효율성이 높은 기종으로 비행기를 교체해 왔기 때문에 유가 급등에 따른 비용 부담에도 대비를 해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 가격인하 경쟁이 복병 =작년 한해 저가(低價) 항공사들이 급성장하면서 항공요금 인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점은 불안 요인으로 지적된다.


저가 항공사들은 기내서비스 등 부대 비용을 최소한으로 줄여 요금을 기존 가격의 20% 수준까지 낮춰 놓았다.


미국의 경우 지난해 제트블루 등 7개 저가항공사의 시장 점유율은 22%로, 지난 2000년(16%)에 비해 6%포인트나 늘었다.


저가 항공사들은 고정형 의자를 장착해 승객을 가능한 한 많이 탑승시키고 △기내식 폐지 △인터넷 예매 △공항 카운터 통폐합 등으로 비용절감 노력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 때문에 기존 항공사들은 '죽기살기식' 가격인하 경쟁이 항공업계 전체를 몰락시킬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기존 항공사들은 가격 경쟁에 대비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야 할 시점에 도달했다"고 지적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