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서울 2차 동시분양에서 '계약 0(제로)' 단지가 나온 것은 아파트 분양시장의 양극화가 극단적으로 치닫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최근 분양된 주상복합아파트 시티파크처럼 인기있는 단지엔 7조원의 투기성 자금이 몰리는가 하면 '불패신화'를 자랑해 온 서울 동시분양에서도 전 가구가 미분양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주택업체들이 느끼는 부동산 체감경기도 극과 극을 달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시장이 전반적으로 안정을 찾으면서 시중 부동자금이 돈 되는 물건에만 몰리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이같은 양극화 현상은 더욱 극심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 돈되는 물건에만 몰린다 지난해 '10ㆍ29 부동산종합대책' 발표 이후 부동산시장은 전반적으로 안정을 되찾았다. 따라서 주택시장에서는 모든 지역의 집값이 함께 상승하는 대세상승 국면은 끝났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이 때문에 시중 부동자금은 값이 오를 가능성이 있는 물건에 집중적으로 몰리고 있다. 이는 7조원에 육박하는 청약증거금이 몰린 시티파크의 청약현장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돈이 몰리는 물건의 조건은 단순하다. 먼저 프리미엄(웃돈)이 예상돼야 한다. 입지여건이 뛰어난 서울 강남권, 공원ㆍ한강조망 등 희소성이 있는 단지, 부대시설이 잘 갖춰진 대단지, 행정수도이전 등의 재료를 가진 곳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현상은 기존 아파트시장에서도 똑같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 강남권을 보면 저밀도지구 내 재건축아파트의 값은 강세인 반면 기존 아파트는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저밀도지구 내 재건축아파트는 대형평형, 새 아파트라는 희소성이 있어 탄핵정국에서도 꾸준히 강보합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주변의 기존 아파트단지들은 보합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도컨설팅의 임달호 대표는 "집값이 급등하는 상황이라면 실수요자들이 이것저것 가리지않고 청약하겠지만 지금은 집값이 안정돼 실수요자들도 마음의 여유를 찾았다"며 "따라서 돈되는 곳을 잡기 위해 실수요자들이 입지여건이 뛰어난 곳만 골라서 청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차별화 심화된다 이같은 분양 차별화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모든 집값이 동반 상승하는 대세상승은 끝났다고 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인기주거지역에서 공급되는 단지, 인기주거지역이라고 하더라도 단지규모가 작은 미니단지, 분양가가 지나치게 높은 단지 등은 고전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반해 대규모 재건축ㆍ재개발단지나 택지개발지구에서 공급되는 단지, 그리고 행정수도이전 등의 재료가 있는 곳은 여전히 선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