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서울 아파트 동시분양에서 전체 가구가 미계약되는 '계약 제로(0)' 단지가 등장했다. 약 7조원의 돈이 몰린 용산 '시티파크'의 청약 광풍 여진이 채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발생한 이번 '0% 계약률' 사태로 업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5일 계약을 마감한 서울 2차 동시분양 아파트 계약률이 대부분 50%를 밑돈 가운데 양천구 신월동 B아파트는 전체 일반분양 물량 30가구 가운데 단 한 가구도 계약을 성사시키지 못했다. 이 아파트뿐만 아니라 강남구와 강서구에 공급된 일부 단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단지들이 20%대의 계약률에 머물렀다. 이번에 계약률 0%를 기록한 B단지 분양 관계자는 "이달 초 실시한 청약에서 8가구만 접수해 어느 정도 미분양이 예상됐지만 한 가구도 계약체결이 안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안타까워 했다. 서울 동시분양에서 단 한 건의 계약도 이뤄지지 않은 단지가 등장한 것은 외환위기 직후인 지난 98ㆍ99년 10여개 단지가 청약률 0%를 기록한 이후 처음이다. 이번 사태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서울 강남권에서 프리미엄(웃돈)이 붙지 않는 '무피(無P)' 주상복합 분양권이 쏟아지기 시작하면서부터 예견됐던 일"이라며 "주택 분양시장의 양극화가 더욱 심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말했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서울 동시분양에서 청약이 미달되는 것도 놀랄 만한 일인데 계약까지 전무한 것은 충격"이라며 우려했다. 한편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동시분양 아파트 계약률이 저조한 원인과 관련, 시티파크 후폭풍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부 전문가들은 "시티파크 청약일(23ㆍ24일)이 2차 동시분양 계약일(23∼25일)과 겹쳐 상당수 당첨자들이 계약을 포기하고 청약으로 돌아섰다"며 "웃돈을 노린 투자 광풍이 동시분양을 잠재운 격"이라고 분석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